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미지

증권 UX 리서처가 투자의 비결을 알게 되기까지

김서연 · 토스증권 UX Researcher
2024년 10월 21일

토스증권에서 UX 리서치의 시작

‘주식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저는 5년 전만 해도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단 ”나랑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뭔가 주식을 잘한다는 건 복잡한 경제 용어들도 잘 알고, 글로벌 뉴스나 정치 등 세상 돌아가는 일에 빠삭하고…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쉽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어렵게 번 돈을 잃기가 쉽다는 조언도 주변에서 들었던 것 같고요. 잘 모르고 시작하면 손해 보기 쉬운데, 그렇다고 잘 알아보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나랑 다른 세계 이야기”로 치부하는게 마음 편했던 것 같아요.

그 5년 전, 토스증권팀에서는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처럼 주식을 어려워하던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증권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요.

그런 목표를 가지고 3년 전인 2021년, 토스증권 서비스가 오픈됐어요. 바람대로 토스증권에서 투자를 시작한 분들도 계셨지만, 여전히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계좌만 만들고 투자를 시작하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팀에서는 이제 어떻게 하면 토스증권에서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첫걸음을 잘 떼실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시점에 저는 토스증권의 UX 리서치를 맡아 합류하게 되었죠.

첫 매수 문제부터 투자의 비결까지

토스증권의 UX 리서처로 가장 먼저 요청받았던 과제는 “첫 매수 문제” 였는데요. 당시 한 PO(Product Owner)분이 오셔서 이렇게 요청해주셨어요.

처음엔 위와 같이 첫 매수를 어려워하는 유저를 만나보며 리서치를 시작했어요. 그런 분들은 대부분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분들이었죠.

그런데 진행할수록 초보 투자자의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잘 그려지지 않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건 경험이 많은 투자자에서 찾아지지 않을까 싶었죠.

결국 이 리서치는 초보 투자자의 첫 매수 문제에서 시작해 경험이 많은 투자자의 비결을 알아보는 것까지 확장되었어요. 돌아보니 초보가 어려워하는 점은 매우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집중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그 어려움을 뛰어넘은 투자자를 만나봐야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들의 비결까지 알게 되었어요.

초보 투자자의 첫 매수 문제부터 경험 많은 투자자의 비결까지,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초보 투자자의 첫 번째 문제 : 관심은 있지만 관심종목에 추가하지 않아요

팀원 모두 본인이 초보 투자자거나 한때 그랬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서비스를 잘 만들어도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부분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어쩌다 토스증권에서 계좌는 개설하셨더라도, 관심 있는 종목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당연히 ‘처음 투자할 만한 괜찮은 종목 발견’을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할 일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아예 ‘투자가 처음이며 첫 매수를 하지 않은’ 그룹의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주의 깊게 관찰했어요. “관심 있는 종목이 없어요” 혹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종목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같은 어려움이 나오길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분들은 약간이라도 관심 있는 종목은 있으셨어요. “관심 있는 종목을 ‘관심종목’에 추가하지 않는다”가 첫 번째 문제였죠.

‘관심종목’은 지켜보고 싶은 종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모아놓는 기능으로, ‘즐겨찾기’와 비슷해요. 관심종목에 종목을 추가해 두면 그 종목의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빠르게 파악이 가능하죠. 그래서 주식 투자를 오래 하신 분들은 여러 관심 종목들이 목표가에 도달하는지 지켜보는 용도로 잘 사용하세요. 한마디로, 관심종목에 추가했다면 매수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진입로를 탔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처럼 우리에겐 당연했던 ‘관심종목 추가’가 초보 투자자분들께는 당연하지 않았어요.

초보 투자자분들에게는 관심종목 추가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살짝 충격이었어요. 관심종목에 추가하지 않으면 종목을 매번 검색해서 봐야 하므로 접근성이 떨어지잖아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보였죠.

초보 투자자의 두 번째 문제 : 일단 떨어지길 기다려볼래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관심 있는 종목을 계속 검색하면서 들여다보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매수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들여다보는 것 다음으로 잘 이어지지 않았어요.

주식 투자가 처음이다 보니 적정가격, 즉 “매수 타이밍”에 대한 감이 없으신 것이 초보 투자자의 두 번째 문제였어요.

어떤 종목이 좋다고 들어서 관심은 두고 있으나, 가격이 적당한지 모르니 언제 구매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계신 거예요.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면 너무 비싸 보이니 조금 떨어지면 좋겠고, 내리는 중이었다면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조금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싶은 심리죠. 문제는 떨어진다는 근거도 없고 얼마나 떨어져야 적정한 가격인지 모르니 막연하게 기다리게만 된다는 것이었어요.

이처럼 매수 타이밍에 대한 기준이 없으신데, 위에서 언급했던 ‘관심종목에 등록하지 않는’ 문제가 더해지면…

…위 사례처럼 막연히 떨어지길 기다리는데, 실제로 떨어지는지 지켜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투자에 대한 관심이 잊힐 수밖에 없어 보였죠.


숙련된 투자자의 비결 : 루틴의 힘

초보 투자자를 만나보니 첫 매수를 이뤄내는 데 ‘관심종목 지켜보기’와 ‘매수 타이밍 잡기’가 큰 어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토스증권이 직접 종목을 관심종목에 넣어주거나 매수 타이밍을 알려드릴 수도 없기에 이것을 제품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그러다 경험이 많고 숙련된 투자자분들도 인터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매수매도를 꾸준히 하면서 투자를 관리하는 분들일 테니 그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거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처음 이 분들의 인터뷰는 진행하면서 이해만 하기에도 벅찼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도 괜찮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투자의 레벨이 높을수록 투자 패턴은 백인백색이었거든요.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하시는 분이 한 명도 없었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 스타일을 알게 되었죠. “고수들은 보통 A를 본 다음에 B를 하더라” 같은 공통된 패턴을 찾으려고 했는데, 인터뷰하면 할수록 그런 걸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결국 공통점을 찾지 못한 채로 인터뷰가 끝나버렸는데요. 끝나고 이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던 도중에 비로소 뭔가 비슷한 결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건 바로 “일관된 루틴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주식을 매수하게 되는 흐름
숙련된 투자자의 비결은 그 흐름을 반복해서 일어나도록 루틴을 만들어 둔다는 것

헬스를 해보셨거나 주변에서 본 헬스인들을 떠올려 보시면 ‘루틴의 중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실 텐데요.

헬스 초보는 내킬 때 가끔 헬스장 가서 그때그때 내키는 운동을 하는 반면, 헬스 고수는 어느 날은 하체 근력운동을 하고 어느 날은 유산소를 하는 등 보통 자기만의 루틴이 짜여 있어요. 그리고 운동의 효과를 꾸준히 측정하면서, 더 효과가 좋은 운동 루틴을 발견하면 기존의 루틴을 수정하기도 하죠.

숙련된 투자자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이분들은 주식을 내킬 때 사지 않아요.

좋은 종목을 발굴하는 기준이 있고, 그 종목을 매수할 만한 적정한 가격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그 가격에 도달하는지 지켜보는 자신만의 루틴이 계속해서 규칙적인 매매를 하게 만드는 힘이었어요.

종목의 적정가를 판단하거나 손절/익절 타이밍을 잡는 방법이 누구는 시초가 대비 몇 % 등락, 누구는 특정 가격대, 누구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 지표 등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공통된 패턴이 없다고 보였던 것인데요. 멀리서 보면 자신의 규칙이 있고 그것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그분들의 공통 패턴이었어요.

루틴을 만드는 토스증권의 기능들

그래서 이 리서치 결과를 팀에 공유하며 초보 투자자들은 일관된 매수 루틴이 없기에, 루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그때 많은 팀원분들이 들으며 공감해 주셨고, 그 당시 바로 그런 장치가 생긴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초보 투자자를 도와주는 기능이 많아졌어요.

  • 매수 타이밍을 정해두면 알려주는 지정가 알림 기능 : 특정 종목이 특정 가격대가 왔을 때 푸시를 받을 수 있어요. 막연히 “조금만 더 떨어지면..” 기다리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매수 타이밍을 정해둘 수 있죠.
  • 정해둔 매수 타이밍에 따라 주문을 넣어주는 조건주문 기능 : 하루아침에 루틴을 가진 고수유저가 될 순 없기에, 내가 정해둔 가격대에 자동으로 매수 혹은 매도하도록 조건주문을 활용할 수 있어요.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기다리고, 떨어지면 조금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심리에 따르기보다는 정해둔 규칙대로 투자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에요. 토스증권 PC에서는 주가 차트 위에서 바로 설정할 수도 있어요.
  • 관심종목에 등록을 깜박했다면 최근에 본 종목 보여주기 : 최근에 업데이트된 기능인데요. 관심종목을 모아 보여주는 관심 탭 첫 화면에서 ‘최근 본’ 메뉴가 보이실 거예요. 여기에는 유저가 직접 관심종목에 추가한 종목이 아니어도 최근에 본 종목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는 초보 투자자분이 관심종목에 추가하는 노하우를 모르셨더라도 관심이 있는 종목은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겠죠.

투자를 향한 관심이 휘발되지 않도록 종목을 지켜보거나 적정 가격을 설정해 보도록 제안하는 장치를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길목 구석구석에 제공하고 있어요.


글을 마치며

이 글에서 투자 초보와 고수의 루틴을 비교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소개했는데요. 쓰고 보니 유저 리서치 이야기라고 하기엔 주식 투자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네요.

토스증권의 UX 리서처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투자자 개개인의 성장 스토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건강한 투자 루틴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서비스를 잘 써주시기 때문에, 자연히 그 투자 비결에 대해 여쭤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나온 리서치 결과를 토스증권 팀원분들과 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가능한 많은 유저분들이 건강한 투자 루틴을 습득하시고 좋은 수익을 내면서 오래오래 투자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증권의 사용자 인터뷰는 늘 인터뷰 시간 내에 끝나지 않더라고요. 사용자분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언급하신 내용을 인터뷰 끝나고 찾아보고, 보고 많이 배우셨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게 쌓이다 보니 증권에 오기 전까진 ‘주식 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지금은 매일 출근길에 주식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렇다고 주식을 잘하게 된 건 아니에요. 오해 방지) 이제 겨우 사용자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UX 리서처가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다른 투자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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