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증권 UX 리서처를 해요?

이예슬 · 토스증권 UX Researcher
2024년 10월 14일
“증권, 투자 분야를 잘 몰라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HR 파트너분과 입사할 계열사를 논의하면서 제가 했던 질문이었어요. ‘증권’이라고 하면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있거나 은행, 증권사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어야만 할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에 이런 질문을 드렸었죠.

오늘은 증권 까막눈이었던 제가 토스증권의 UX리서처로 합류하며 지난 4개월간 겪었던 어려움과 러닝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Q. 토스증권에 입사하기 전과 후 달라진 생각이 있었나요?

일단 대부분의 팀원이 금융 직종에서의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증권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니까 당연히 기존에 증권사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증권사 경험이 없다면 최소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각종 지표를 본인의 투자 원칙에 맞춰 해석한다거나,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읽고 소위 말하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그런 이미지요.

그래서 입사한 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신규 입사자분들을 만나면 “혹시 주식 투자 많이 하세요?” 라는 질문으로 스몰톡을 시작했어요. 나만 주식 초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묻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의 증권 전문가들도 계시지만, 또 저와 같이 투자를 잘 몰랐다가 회사에 다니면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분들도 많더라고요.

특히 토스증권 팀원 모두 투자 공부에 진심인게 느껴졌어요. 자체적으로 주식 투자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하고, 팀원분들의 개인 노션을 살펴보면 정말 기초 경제 지식부터 최근 주요 이슈까지 알기 쉽게 정리해 놓으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염탐하기도 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어서 마음 한편에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팀원분들이 밟아온 발자취를 보면서 나도 이 길을 잘 따라가면 조금 더 빨리 기본 지식은 채울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요.

Q. 증권에 대한 선입견과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증권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요?

첫 번째는 토스증권의 미션 때문이었어요. ‘주식 투자’ 이미지 자체가 저에게는 접근하기 힘들고 섣부르게 시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저 역시 투자를 시작할 때 무모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투자 사각지대를 없애고 투자 고수와 초보 유저들 모두가 어려움 없이 투자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니, 듣기만 해도 설레고 하루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어요. 토스가 만드는 증권 서비스라면 이러한 미션에 진심으로 도전할 사람들이겠다는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조금 개인적인 이유였어요. 이 시대를 살아갈 때 투자, 돈 공부는 기본 소양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런 지식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를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던져보기로 결심한 거예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첫 직장 입사 후 2~3년까지는 어머니께서 제 월급 관리를 도와주셔서 시키는 대로 따박 따박 적금만 해봤을 뿐 제 돈으로 직접 투자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와 함께 동학 개미운동이 시작되던 무렵, 조그마한 쌈짓돈으로 남들이 좋다는 우량주 몇 개를 구매하고 비트코인까지 했다가 자산이 증발해 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구매한 주식에 크게 물려서 아직도 팔지 못하고 있답니다)

증권회사에서 투자하는 유저들을 만나는 UX 리서처라면 무조건 투자 공부를 해야만 할 테니 퇴로 없이 이번 기회에 스스로 돈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결심도 입사를 결정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실제로 입사해 보니 온보딩 과정에서부터 증권사 직원으로서 알아야 할 기초 지식에 대한 교육이 눈높이에 맞게 잘 준비되어 있었고, 회사 내부의 애널리스트/전문가분들께도 궁금한 것들을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Q. 본격적으로 증권 유저를 만나기 전,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합류했지만 역시나 “투자도 잘 모르는 내가 어떻게 바로 증권 유저들을 만나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계속해서 제 발목을 잡았어요.

주식 초보의 지식수준을 가진 UX 리서처가 투자에 진심인 유저들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걱정스러웠죠. 더군다나 초보 유저가 아니라 주식 투자 경험이 긴 고수 유저를 만나는 상황이라면?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내가 모르는 개념이 튀어나오면 어떡하지? 맥락 파악을 못 하고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꽤 컸던 기억이 있어요.

토스증권에 합류하기 직전 리서치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며 커머스, 금융, 보험, 통신사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의 리서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분야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러닝 커브가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업무 다운로드 기간에 증권의 첫 UX 리서처 서연님께서 정리해 주신 리서치 히스토리 문서들을 살펴보니 정말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지만 잘 모르는 용어와 주제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때마다 막연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를 가장 좌절하게 했던 순간은 실제 유저들이 토스증권을 사용하며 앱을 통해 보내주신 의견들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을 때였어요.

인터뷰는 앞뒤 맥락을 통해 어떤 내용인지 유추라도 할 수 있었지만 텍스트로 보게 되는 유저들의 피드백에서 모르는 내용이 나올 때 지레 겁을 먹고 막막한 마음으로 인터넷에 하나씩 찾아보기 바빴던 것 같아요.

Q. 이렇게 모르는 용어나 개념이 많을 때,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있었나요?

모든 개념을 꼼꼼하게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필요할 때마다 얕게 자주 살펴보는 방법이 저에게는 더 도움이 되었어요.

솔직히 한 평생 벼락치기로 살아왔던 인생, 주식도 이렇게 각 잡고 인풋을 냅다 들이부어서 공부하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벼락치기로 시험공부 하면 결국 끝나고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었던 경험.. 저만 해본 것 아니죠?

처음에는 슬랙과 노션에 등장하는 낯선 개념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하루빨리 투자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 파악해 보자는 결심을 했었어요. 유명한 주식투자 유튜버들을 모두 구독하고, 주식 투자에 관련된 서적도 잔뜩 구매했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투자 관련 유료 강의까지 결제하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의욕 넘치게 2주 정도 억지로 지식을 채워 넣다 보니 투자 방법과 상품은 너무나도 다양했고, 이걸 단기간에 다 파악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 결국 한 구덩이를 열심히 파다 보니 또 다른 구덩이가 나타났고, 옆에 구덩이를 파보려고 하니 그건 더 넓고 큰 구덩이였던 거죠. 방대한 투자 세계를 한꺼번에 전부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단기간에 억지로 집어 넣으려고 애쓰는 방법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결국 이 땅을 내가 한 번에 다 파악하여 지도를 만드는 것보다, 모르는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단발성으로 알아보는 것이 덜 지치는 방법이겠더라고요. 얕은 구덩이를 여러 개 파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 땅의 지형 전체에 대한 실루엣을 어렴풋이나마 그릴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저에게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잘 모르는 분야에서 리서치를 할 때 팁이 있을까요?

실제로 제품의 유저가 되어보는 것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위와 같이 특정 기간 동안 제 투자 성과를 시장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미션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저와 같은 개인 투자자가 나스닥 지수를 이긴다는 것은 투자 전략과 분석이 시장 평균보다 우수했음을 의미하니까요.

*나스닥 종합지수(NASDAQ Composite Index)란?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약 3,000개 이상의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이 지수는 주로 기술주 중심의 시장 동향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나스닥 지수를 이기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도전적인 미션이었어요. 나스닥은 수천 개의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그만큼 개별 주식의 리스크를 분산시켜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거든요. 또한 대형 IT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낼 때 지수 전체가 강한 상승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토스증권에 합류하면서 막연하게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보니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자꾸 핑계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도전적인 목표를 잡고 나니 해당 기간동안 몰입해서 진짜 나스닥 지수를 이겨봐야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Q. 와, 너무 재미있어보이는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그냥 불나방처럼 실시간차트와 토스증권의 커뮤니티에서 언급이 많은 종목 위주로 무작정 따라 사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투자하다 보니 수익률도 처참했을뿐더러 제가 얻는 지식도 없는 것 같아서 나름의 전략을 세우게 되었어요.

위와 같은 원대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주변에 주식 투자를 해봤던 지인들에게 평소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엄청나게 물어보고 다녔어요. 생각해 보니 아마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증권 유저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것 같네요. 가치투자 하는 친구, 단타로 용돈 벌었던 동생 등등 여러 유형의 투자자들을 만나 ‘너라면 어떻게 할래?’ 대뜸 물어보고 답변한 내용을 정리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스닥 지수가 움직였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 레버리지는 무엇인지, ETF는 또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증시 이슈나 주요 지표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었죠. 이렇게 주변 지인부터 차근차근 인터뷰를 해보면서 알게 된 지식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겁이 많은 편이라 단타를 해본 적도, 할 생각도 못 해본 사람인데 제한된 시간 내에 지수를 확실히 이기려고 마음먹으니 변동성 있는 종목들을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평소 제 성향과는 전혀 다른 페르소나를 가지고 투자를 해 본 경험 역시 다양한 유저 유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저는 나스닥에게 대패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실제 유저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 정도는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백날 유튜브나 관련 서적을 보고 공부하는 것 보다, 실제 유저 입장이 되어 내 돈으로 사고팔아 보는 것이 제품을 알아가고 사용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된 UX 리서처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모르는 것은 사용자를 만나서 배울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 UX 리서처는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진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검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용자의 답변에 추가 질문을 하려면 내가 아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는 오해를 했었던 거죠.

그러나 리서치의 주된 목적인 “사용자의 답변을 본연의 의도대로 잘 이해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진행자와 사용자의 지식수준보다 우리가 얼마나 솔직 담백하게 대화를 나누었는지, 서로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청했는지처럼 대화의 질을 높이는 요소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혹시 사용자가 답변하는 동안 다음 추가 질문을 생각한다거나, 다음 순서로 검증할 항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다가 대화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녹화영상과 스크립트를 복기하며 놓쳤던 내용을 발견했던 경험은요? 잘 모르는 분야를 리서치하다 보면, 매끄럽고 전문적으로 인터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이런 경험이 더 자주 발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모르는 개념이 나왔을 때 사용자에게 배우면 된다는 열린 마음으로 사용자를 만나고 있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OO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정중히 여쭤봤을 때 귀찮아하거나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반응을 하시는 분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그 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과정에서 유저의 의도나 평소 성향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죠.

애매하게 아는 것 같은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답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솔직히 인정하고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고 인터뷰 하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그분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렇게 증권 뉴비로서의 고군분투 적응기를 적어 보았는데요,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시작하는 새내기 리서처, 혹은 UX리서치를 하고 있는 리서처 외 유사한 직군의 독자분들께 이 글이 작게나마 위로와 응원이 되었길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성장한 UX 리서처로서의 인사이트풀한 아티클도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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