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를 너무 믿지 마세요

강효정 · 토스 Product Designer(Tools)
2023년 3월 28일

‘내 아이디어를 너무 믿지 마세요.’

제가 토스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웠던 것 중 하나예요. 저는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실제 유저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던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이걸 가장 크게 느꼈던 사례를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문제

제가 채용 사이트를 맡고 있을 때였어요. 채용팀에서 하는 이벤트들과는 별개로 토스에 지원하는 지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제품 관점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가설

이직을 할 때 보통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을 준비하는데, 이 서류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엄두가 안나서 이직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서류를 준비하는 것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다면 지원자가 많이 늘겠다 싶었죠.

어떻게 해야 지원자가 간편하다고 느낄까? 고민하다가 문득 ‘음성’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어요. 당시 제가 출근길에 항상 팟캐스트를 들었거든요. 편하게 이야기 하는 팟캐스트 속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 떠올랐어요.

“이력서를 글이 아닌 음성으로 받으면 어떨까?”

해결책

책상에 앉아 각 잡고 써야 하는 이력서가 아니라, 친한 동료한테 얘기하듯이 내 업무 경험을 음성으로 녹음하고 이걸로 이력서를 대신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장으로 정리해서 쓰는 것보다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게 부담도 덜하고 지원자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어떤 회사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저는 이 아이디어에 완전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클로바, 파파고, 아이폰 음성 메모 등 목소리를 녹음하는 각종 앱을 참고하며 빠르게 스케치를 했어요.

최초 아이디어 스케치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3가지 질문에 답하면 저절로 완성되는 이력서’라는 콘셉트로 발전했어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에 걸쳐 간신히 완성하는 게 흔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3가지 질문에 대답만 하면 저절로 완성된다니, 게다가 힘들게 글로 쓰는게 아니라 말로 하면 된다니! 우리가 채용의 문화를 완전 바꿔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너무 잘될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지만 혹시 몰라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사내에서 UT(사용성 테스트)를 해봤어요.

결과

그런데 제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거예요. 갑자기 예상 못한 녹음 기능이 나타나 당황스럽다는 의견부터 말투나 목소리까지 신경써야 해서 글로 쓰는 것보다 오히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대본을 준비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어요. 의도와는 다르게 간편한게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방식이라고 느끼셨던거죠.

생각과 너무 다른 반응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개발하기 전에 알게 돼서 다행이다 싶었죠. 이후 여러 번의 UT를 반복하며, 입사 지원은 지원자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음성 지원’이라는 낯선 방식이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지원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토스와 잠재 지원자 사이에 ‘작은 접점’이라도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3가지 질문에 답하면 합격 확률 높은 포지션을 알려줄게요’라는 콘셉트로 방향을 바꿨어요. 그리고 참여자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이건 입사 지원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시했고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을 넣었어요. 이렇게 출시한 제품은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그 중 일부는 실제 지원까지 하셨어요.

적용해보기

개발하기 전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UT를 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렇게 발견한 문제를 개선한 후에 개발을 하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고요. UT는 실제 유저를 대상으로 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어려울 땐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찾는 편이에요.

  • 외부의 잠재 지원자를 찾기 어려우니 사내에 이직 경험이 있는 다양한 직군의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UT를 하기 전에 무엇을 검증하고 싶은지, 검증을 위해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고려해서 시나리오를 짜요.

  • 검증하고 싶은 것
    • 음성을 녹음해서 지원하는 방식을 쉽고 편하게 느끼는가?
  • 확인해야 할 것
    • 음성 녹음 UI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 녹음 기능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가?
    • 질문을 보고 말로 쉽게 대답할 수 있는가?
  • 시나리오
    • OO님은 ‘3가지 질문에 답하면 저절로 완성되는 이력서’라는 배너 광고를 보고 이 화면(첫 화면)으로 왔어요. 다음 버튼을 눌러 실제로 질문에 답해보시겠어요?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일 뿐, 실제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요. 이때 프로토타입과 UT를 활용하면 검증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여러분도 적극 활용하시길 바라요!

토스 Tools Product Designer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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