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디자인 원칙 Value first, Cost later
토스의 제품 디자인 원칙 중에는 Value first, cost later라는 항목이 있어요. 비용을 말하기 전에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해야한다는 내용이에요.
언뜻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종종 해야 할 액션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가치를 생략하고 사용자에게 결정이나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곤 해요.
가치를 먼저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지표를 눈에 띄게 개선한 사례를 소개해드릴게요.
배경
오늘 소개해드릴 서비스는 ‘내 보험’인데요. 내가 가입한 모든 보험을 한 번에 조회해주는 서비스예요. 토스에는 여러 조회 서비스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내 계좌 모아보기, 신용 점수 조회, 내게 맞는 대출 찾기 같은 서비스예요.
‘내 보험’은 기존 보험 조회 경험을 매우 편하게 만들어준 서비스예요. 만약 오프라인에서 내가 가입한 보험 내역을 알아보려면, 보험사에 전화해서 가입자 본인 확인 후에 이메일로 받아보아야 했어요. 하지만 토스에서는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조회를 할 수 있었죠.
오프라인보다는 편해지기는 했지만, 토스의 다른 조회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는 훨씬 불편했어요. ‘내 보험’은 핸드폰 문자 인증, 이메일 인증, 캡챠, 비밀번호 설정 등 여러 차례 인증을 거쳐야만 했거든요. 다른 조회 서비스들은 질문 3,4개 정도만 답해도 조회가 가능했기 때문에 비교가 됐죠.
문제
실제로 이 퍼널을 뚫고 조회를 완료한 사람의 비율은 매우 낮았어요.
토스를 쓰는 사용자들은 매끄러운 경험에 익숙해져있었어요. 그런 사용자들에게 갑자기 긴 퍼널을 지나가라고 하니 매우 견디기 어려웠겠죠.
사용자들은 ‘내 보험’ 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가입한 보험들이 보였으면 했어요. 그런데 바로 보험이 보이지도 않는데, 긴 조회 과정을 거치게 하니 인내심을 잃고 포기했죠. 심지어 토스 팀원분들 중에서도 포기하는 분이 많았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미리 보여주면 지루한 과정도 마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어요.
당시 ‘내 보험’팀은 끔찍히 긴 조회 과정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퍼널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죠. 하지만 조회 과정을 우리가 줄일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퍼널은 토스 내부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보험을 조회하는 기관의 시스템을 이용했기 때문이죠.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여러 실험과 유저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죠. 보험에 관심있는 사용자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험을 들었는지 궁금해했어요. 보험료는 얼마인지, 어떤 보험을 가입했는지, 보장금액은 얼마나 준비했는지 등이요.
우리가 분명히 줄 수 있는 가치인데, 조회라는 허들을 넘지 못해서 그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미리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해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사용자가 조회 퍼널을 시작하기 전에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먼저 보여주기로 했어요.
긴 퍼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아주 명료하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명료하게 보여준다는 말은 충분히 구체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뜻이에요. 사용자가 얻게 될 이익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요.
예를 들어 배달앱을 켜서 치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30%할인이라는 말보다는 치킨 5000원 할인이 더 와닿을 수 있어요. 사용자가 내 보험의 이익을 체감하려면,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조회 화면을 먼저 보여주어야겠다 생각했죠. 아직 조회 전이라 사용자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더미 데이터를 넣은 화면을 조회 시작하기 전에 보여주기로 했어요.
사용자는 보험료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고, 본인의 보험료도 또래와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가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결과
이 화면을 넣었더니, 조회를 끝내는 사용자 비율이 기존보다 67%나 높아졌어요.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나니, 지루한 과정을 참고 조회를 끝까지 한 거죠. 조회하는 과정을 건드리지 않고, 앞단에서 화면 하나를 추가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상승폭을 만들어낸 거죠. 정말 놀라웠어요.
단계를 줄여서 비용을 낮춰야겠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가치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된 실험이었어요.
적용해보기
혹시 사용자에게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무작정 요청하고 있지는 않나요?
“지금 보험을 조회하세요”, “신용점수를 알아보세요”처럼요. 물론 무슨 액션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사용자가 그 액션을 해야하는지 설명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사용자는 처음 만난 화면에서 얻게될 이익과 지불할 비용을 본능적으로 저울질하거든요.
지금 디자인 하는 화면 중에 비용이 유독 큰 화면이 있진 않은지 한 번 점검해보세요. 예를 들어 오늘 사례처럼, 정보를 입력받는 화면의 비용을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어요. 이 질문들을 해보고 비용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그만큼의 밸류를 먼저 알려주는 게 좋죠.
- 질문이 3,4개 이상이면 사용자는 지치기 시작해요.
- 5초 내에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면 사용자가 고민하게 만들어요. (까다로운 비밀번호 조건이나 이메일 주소 등)
- 민감한 질문을 받았을 때 거부감이 커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개인 정보에 가까울 수록 입력할 때 비용이 커지는 거죠. (연봉 정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