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원인의 원인을 찾아서
토스 팀원이면 누구나 개인 법인 카드를 1장씩 가지고 있어요. 이 카드로 식대나 택시비, 교육비 등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자율적인 판단 하에 결제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사용하되, 모바일 또는 PC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그 용도와 내역을 적어 제출해야 해요. 재무팀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매달 법인 카드 결산 업무를 해야 하거든요.
문제
매달 반복되는 이 업무에 큰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마감 기한 내에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는 팀원이 40%가 넘는다는 것인데요. 재무팀에서는 법인 카드 결산을 해야 하는 일정이 있고 미작성된 영수증을 허위로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기한을 어긴 팀원들 한명 한명에게 메세지를 보내 얼른 적어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죠.
이 비효율적인 일을 매달 반복해야 한다니,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가설
그럼 팀원들은 왜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할까요? 팀원들이 실제로 영수증을 적는 모습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며 이런 가설을 세웠어요.
영수증을 쓰는 과정이 너무 불편해서 미루다가 기한을 놓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번 정도 법인 카드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한 달에 약 20개의 영수증이 생겨요.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바로 적으면 1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앱을 켜는 순간부터 답답하고 불편해서 나중에 적어야지 미루게 되고, 몰아서 한번에 적으려고 하니 어디에 썼나 기억도 잘 안나고 양도 많아져서 오래 걸리고… 그러다가 결국 마감 기한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해결
그럼 이 제품은 왜 사용이 불편했을까요? 영상을 보면서 어떤 점이 불편한지 한번 찾아보시겠어요?
첫 번째로, 식대 영수증을 적는 모습을 녹화한 영상인데요.
문제가 보이시나요? 사실 이것만으로는 뭐가 문제인지 알기가 어려워요. 실제로 팀원들이 영수증을 적는 모습을 관찰할 땐 영상처럼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적는 모습을 봐야 해요. 그리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관찰해야 하고요. 그래야 여러 명이 반복적으로 겪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비로소 문제가 뾰족해지기 시작하거든요.
저는 3명 정도 관찰했고 매월 팀원들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이 적힌 엑셀 시트도 몇 달치를 쭉 훑어봤어요. 여러분은 아래 시트에서 어떤 점이 눈에 띄세요?
모두가 ‘식대’ 영수증을 적은 건데 사용 내역이 제각각이었어요. 작성 가이드가 있긴 했지만 이걸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각자가 아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적게 된 것이죠.
이렇게 저마다 다르게 쓰는데 사용내역이라는 게 재무팀에게 정말 의미 있는 데이터일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무팀에서 꼭 받아야 하는 정보와 이유를 물어봤고 ‘먹은 사람의 이름만 정확하게 적으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정리하면, 사용자 인터뷰와 시트에서 발견한 식대 영수증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었어요.
사용성 문제
- 어차피 대부분이 식대인데 계정 과목(사용용도)을 매번 선택해야 함
- 같이 먹는 사람이 항상 비슷한데 매번 새롭게 적어야 함
- 점심, 식대, 재택 등 굳이 적지 않아도 될 내용들을 몰라서 매번 적고 있음
데이터 문제
- 같이 먹은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거나 정확한 이름을 적지 않음(성이나 동명이인 구분용 알파벳을 빼고 적음)
여러분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겠어요?
선택하거나 적어야 할 항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것들은 자동화했고 사용자로부터 받아야 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넣었어요.
- 결제처가 음식을 파는 업종일 때, 사용용도를 식대로 자동 선택해주기
- 사용내역을 자유롭게 적는 것이 아닌, 꼭 적어야 하는 식사한 사람 이름만 선택할 수 있게 바꾸기
- 내 이름은 기본으로 적어주기
- 최근에 같이 먹은 사람 리스트 보여주기
- 팀원의 이름을 직접 적는게 아니라 검색 > 선택으로 바꿔서 정확한 이름 받기
두 번째로 많은 영수증인 야근택시비를 적는 과정을 볼게요.
택시 앱의 결제 방식을 아는 분이라면 이번 영상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캐치하셨을 것 같아요. 바로 택시는 1번 탔는데 영수증은 3개가 생긴다는 점인데요.
앱으로 택시를 부르던 경험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예상 금액이 나오죠? 택시를 잡으면 그 금액으로 일단 결제가 돼요. 그리고 도착지에서 내리면 최종 금액으로 다시 결제가 되고 이전에 결제했던 건은 취소가 돼죠.
그래서 영수증이 3개나 생기는데요. 문제는 이 3개를 처리하는 과정이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너무 번거로운거죠.
그리고 사용 내역 역시 식대처럼 다양한 형태로 적고 계셨어요.
야근 교통비는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적을 필요 없다는 재무팀의 의견을 받아 이렇게 해결했어요.
- 선결제와 취소 영수증은 시스템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사용자에게는 최종 영수증만 보여주기
- 결제처가 택시 앱이고 결제시간이 22시~06시 사이면 사용 용도와 사용 내역을 모두 야근 교통비로 자동 선택, 적어주기
- 영수증 상세 페이지에 진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힌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빠르게 제출할 수 있도록 숏컷 제공하기
모든 것을 자동화했고 제출 전 오류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최종 컨펌 단계만 남겨두었어요.
결과
앞에서 마감 기한을 놓치는 팀원이 약 40%가 된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제품 개선 이후 이 비율이 무려 5%로 줄었어요. 95%의 팀원들이 제때 영수증을 낸다는 것이죠. 그 결과 재무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그만큼 줄일 수 있었어요.
해결책이 그렇게 대단하거나 특별한 게 아님에도 효과는 엄청나지 않나요?
적용해보기
좋은 해결책을 내기 위해서 제가 쓰는 방법은, 문제 원인의 원인을 찾는 거예요.
-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적는다.
- 예: 마감 기한 내에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는 팀원이 40%가 넘는다.
- 문제에 계속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 예: 왜 마감 기한을 놓치지? 한 달치를 한 번에 적으려다 보니 너무 많아서 → 왜 한 달치를 한번에 적지? 그때 그때 적기 귀찮아서 → 왜 적기 귀찮지? → 영수증 쓰는 게 불편해서 → 왜 불편하지? → 적어야 할 게 많아서 → 왜 적어야 할 게 많지? → 식대도 선택해야 되고 같이 먹은 사람도 적어야 되니까 → 꼭 적어야 되는 정보인 건 맞아? → 적어야 하는 정보인 건 맞아 → 그럼 왜 직접 적어야 하지? 자동으로 적어줄 순 없어?…
이렇게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일단 이 문제를 발견하고 나면, 임팩트 있는 해결책을 생각해 낼 확률이 훨씬 높아지죠.
내가 내는 해결책이 항상 그저 그렇다 싶으면, 이 방법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