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없는 이야기, 가입 과정 개선
제품 성장 과정에 따라 적절한 UX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토스의 가입 과정은 테크 블로그에 첫 번째로 소개되었을 만큼 잘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가입 완료율이 생각보다 낮았어요.
토스가 성장하면서 가입하는 주요 연령대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가입 유저의 대부분이 2030이었을 때는 가입 완료율이 높았지만, 시니어 유저들이 주 가입층이 되니 가입 완료율이 낮아졌어요. 이번 글에서는 가입 완료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했던 것들을 이야기할게요.
요구가 너무 많은가?
Android, iOS가 조금씩 다르지만, 토스에 가입하려면 기본적으로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요.
인트로 - 시스템 권한 허용 동의 - 휴대폰 점유 인증 - 본인 정보 입력 - 본인 인증
이 요구들 중에 통과율도 낮고, 확실히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시스템 권한 허용 동의 단계들을 확인해 봤어요. 앱에서 권한을 요구하는 이유는 권한이 없으면 서비스 제공을 원활히 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안드로이드는 4개, iOS는 2개의 시스템 권한을 시스템 팝업을 통해 연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어요.
이 과정을 사용자는 상식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권한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권한 요구 과정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개선안을 고민하던 중에 모든 권한이 필요한 것인지 확인해 보니 연락처 권한은 필수로 받지 않아도 되는 정보였어요.
토스가 현재는 무제한 무료 송금이지만 과거에는 연락처로 송금해야지만 무료로 송금할 수 있었어요. 더 많은 사용자가 무료 송금이라는 가치를 느낄 수 있게 연락처 권한을 필수로 요구했는데 이제는 조건 없이 무료로 송금할 수 있기 때문에 연락처 권한을 필수로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죠.
각 OS별로 연락처 권한을 없애고 실험을 해봤어요.
- 기존 안 : 권한 모두 받기 (Android 4개, iOS 2개)
- 실험 안 : 필요한 권한만 받기(Android 3개, iOS 1개)
요구를 줄여 허들을 낮추니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게 됐을까요? 아쉽게도 기존 안과 실험 안의 가입 전환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어요. 가입 의지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요구의 개수가 허들이 아니라, 요구 자체가 허들이었던 거죠.
매몰비용을 더 빠르게 만들어볼까
이번에는 가입 과정 중 가장 많은 이탈이 일어나는 인트로 화면을 개선해 보기로 했어요.
왜 사용자들은 앱 설치까지 마치고 난 뒤 [다음] 버튼을 누르지 않을까요? 위 화면은 버튼이 하나밖에 없는 화면이라 간단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입 과정 중에 가장 사용자의 의지가 약한 곳이기도 해요. 아직 사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또한, 기존 인트로 화면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어요. 인트로 영상에서 전하는 가치가 이미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에 적혀 있기 때문이죠.
앱 설계의 기본 문법을 생각하면, 첫 화면에 인트로가 있는 게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가치를 주고 있지 않고 이탈률만 증가시키고 있으니 과감히 인트로를 없애고 사용자에게 이름부터 물어보기로 했어요. (권한은 아예 사라졌어요) 사용자에게 이름을 적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액션을 제시하고 빠르게 매몰 비용을 만들어보려는 시도였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번에도 가입 전환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어요.
입력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줄까
권한을 줄여도 보고, 아예 없애도 보고, 인트로를 없애 매몰 비용을 빠르게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가입 과정 완료율을 높이지는 못했어요.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큰 텍스트를 쓰는 시니어 사용자의 전환율이 특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주 가입층에게 적절한 UX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어 확인해 보았죠.
예상대로 시니어 사용자에게 적절한 UX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크게 2가지였어요.
- 지금의 화면은 큰 텍스트일 때 최적의 사용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 리서치로 알게 된 결과 시니어 사용자들은 정보 제공에 거부감을 느낀다.
큰 텍스트 환경에서도 최적의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반드시 [확인] 버튼을 눌러야만 넘어갈 수 있게 한다면 전환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해 봤어요. 거꾸로 입력하는 가입 경험은 여전히 슬릭 했지만, 주요 가입 연령대가 바뀐 지금은 다른 UX가 제공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아쉽지만 이번에도 가입 전환율의 유의미한 변화는 만들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정보 입력 과정이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은 알게 되었죠.
빠진 맥락을 추가해 볼까
이번에는 사용자를 직접 만나 원인을 찾아봤어요. 마침 다른 사일로에서 진행한 UT(Usability Test)에서 시니어 사용자가 본인 정보 입력 과정 중 주민번호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주민번호를 생년월일로 대신하는 안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토스를 써본 적 없는 시니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UT를 진행했어요.
UT를 해보니 예상과 다르게 주민번호, 생년월일이라는 단어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ios 사용자들은 회원가입 과정이 편해서 좋다는 의견을, 반면에 Android 사용자들은 이름을 적는 것조차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거예요.
다른 반응을 보인 이유는 OS별 사용자 특성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Android와 ios의 첫 화면이 달랐는데 이 점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ios는 첫 화면에서 본인인증이 필요하다는 맥락을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Android는 왜 입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바로 이름을 묻고 있었어요. 맥락 없이 바로 정보를 요구하니 Android 사용자들은 거부감을 느꼈던 거예요. 사용자에게 뒷 과정을 왜 해야 하는지 충분한 맥락을 설명한다면 본인 정보 입력 과정의 이탈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실험 안의 가입 완료율이 더 높았어요! 앞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도를 했는데 간단하게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니 가입 완료율이 올라갔어요.
정리
토스의 가입과정 개선을 위해 수많은 시도를 통해 사용자를 만나서 얻는 인사이트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용자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말고, 작은 것까지 모두 확인해 보세요.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을 때 좋은 경험을 설계할 가능성이 올라가고 실패의 위험은 줄어들 테니까요.
Q1.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어려워요. 왜 개발해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하고 종종 스펙 아웃 되곤 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저는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어요.
버려질 수도 있는 시안을 만드는데, 안에 들어가는 모든 UI요소를 컴포넌트화 하라고 한다면? 저는 분명 반대할 거예요. 비효율적이니까요. 제 디자인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험은 가설을 바탕으로 시도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을 디자인해야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 뒤로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 스펙의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고, 검증된 후에 디자인은 디벨롭 될 것이라고 커뮤니케이션하게 되었고 어려움은 사라지게 되었어요.
Q2. 실패라고 판단되면 진행했던 작업은 제외하고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나요? 혹은 전환율 상승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유의미한 인사이트와 결과를 냈다고 판단하여 업데이트를 하는지 궁금해요.
실험 결과 차이가 유의미했는지, 근소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돼요. 기존 안이 유의미한 차이로 이겼다면, 실험 안은 폐기하게 돼요. 폐기된 실험 안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돼요. 기존 안과 실험 안의 차이가 근소할 때는 데이터상 낮은 전환율을 보이는 안이었다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보다 더 나은 정성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안이 채택될 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