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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에러 메시지를 읽지 않을까?” | 언더커버 사일로 비하인드 3화: 페이스페이 사일로

#언더커버사일로
박세진/김태성
2025년 8월 18일

첫 ‘체험형’ 과제, 페이스페이

언더커버 사일로에서 페이스페이 편은 처음으로 단일 과제, 그리고 체험형 문제가 출제된 회차였어요. 이전의 인플로우나 만보기 사일로는 특정 서비스나 기능을 맞히는 문제였던 반면, 이번에는 챌린저들이 직접 UI를 만들어야 했죠. 그래서 챌린저 중 일부는 페이스페이를 써봤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가설을 세워서 UI에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나라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함께 고민해보시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UI에 얼마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페이스페이는 많은 고객분들이 낯설어하는 결제 방식입니다. 유저분들은 개인정보 제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솔직히 이 서비스를 처음 제공한다고 했을 때 팀 내에서도 의견이 정말 많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거 정말 편리한 수단 맞아?” 였고, 두 번째는 “그 많은 카페나 식당에 어떻게 디바이스를 보급할 건데? 예산이 얼마나 드는 거야?” 같은 내부적인 의심들이었죠.

저희 사일로는 우선 ‘이게 정말 편리한가?’라는 질문을 검증하기 위해, 저희가 만든 제품들을 사내에서 먼저 사용할 수 있게 제공했어요. 예를 들어 사내 카페에서 페이스페이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고 , 저희 업무 환경으로 들어올 때는 페이스패스를 통해 출입할 수 있게끔 하고 있죠. 그런데 처음에는 긴가민가한 시각을 가졌던 분들도, 딱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그 편리함을 바로 느끼시더라고요.  일례로는, 저희가 오피스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공간에서는 페이스패스를 쓸 수 없게 되자, ‘여기서도 편리하게 입장하고 싶으니 빨리 설치해달라’는 의견을 주시는 것을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정말로 한 번만 사용하면 그 편리함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라고요.

얼굴 등록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한, 보상 없는 이벤트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나서, 저희가 처음 시도했던 건 ‘사전 신청’ 방식이었어요. “새로운 결제 수단이 나오니, 미리 등록했다가 나중에 써보세요”라는 접근이었죠. 하지만 얼굴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정말 많은 사용자분들이 이탈하셨습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 설문을 진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얼굴 인증 자체에 ‘생소함’과 ‘어색함’을 느끼고 계셨어요. 아이폰 유저분들과 달리 갤럭시 휴대폰 유저분들께는 더 낯선 경험이었죠. 심지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거나 ‘수염을 안 깎아서 준비가 안 됐다’는 솔직한 답변도 있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이 ‘어색함’을 없애고, 얼굴을 인식하는 경험 자체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소셜 프루프나 혜택 제공 같은 다른 방법도 있었지만, 저희는 ‘자주 노출해서 익숙하게 만들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보상 없는 이벤트’여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만약 ‘얼굴 등록하면 1천 원을 드린다’고 했다면,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판다고 느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런 걸 굳이 해야 해?’ 같은 거부감을 주지 않는, 즐거운 경험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얼굴 인증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는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AI로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아바타나 프로필을 만들어주거나 , ‘전생 찾기’나 ‘떡국 먹고 회춘하기’처럼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이런 즐거운 경험을 통해 얼굴 인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거기서 느낀 익숙함이 결국 페이스페이 결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으로까지 이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앱을 넘어, 현실 세계의 허들을 마주하다

앱 안에서 진행한 바이럴 이벤트가 실제 얼굴 결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경험이 앱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한계 때문이었죠. 공식 디바이스에서 돈이 오가는 실제 ‘결제’로 넘어가는 데에는, 사용자들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 다른 허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먼저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결제보다 덜 민감하면서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다른 영역을 파고드는 아이디어였죠. 결제는 매일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출퇴근은 일주일에 다섯 번은 하잖아요. 그래서 회사나 헬스장, 콘서트장 입장을 얼굴 인식으로 대체하는 ‘페이스패스’를 확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경험이 쌓여 얼굴 인식에 대한 익숙함이 커지면, 언젠가 결제에 대한 허들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경험을 확장하는 과정은, 저희가 예상치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어려움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공공 디바이스’의 UX를 설계하는 문제였죠.

토스의 다른 서비스들은 보통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 디바이스에서 이용하지만, 페이스페이 단말기는 카페나 식당에 있는 공공 디바이스입니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는 주의력 없이 화면을 보게 되죠. 그래서 저희가 화면에 ‘더 가까이 와주세요’ 같은 에러 메시지를 띄워도 읽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앱 안에서는 에러가 발생하면 다이얼로그나 메시지로 알려드리고, 사용자는 그걸 보고 문제를 해결하시잖아요. 하지만 페이스페이 단말기 앞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얼굴만 쳐다보고 계세요. 텍스트는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사용자는 자기와 관련된 정보에만 시선을 주는데, 단말기 앞에서는 오직 화면에 뜨는 ‘자기 얼굴’만 관련된 정보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결국 저희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원리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얼굴 주변에 직접 에러를 띄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모두를 위한 최적의 경험을 향해

최근에는 하이브, NOL 티켓과 함께 콘서트 입장을 페이스패스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콘서트를 가려면 신분증과 온라인 티켓을 보여주고, 그걸 다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한 뒤, 입장할 때 또 한 번 검사를 거쳐야 하잖아요. 저희가 제공하려는 페이스패스는 이 모든 복잡한 단계를 얼굴 인증 한 번으로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용자들이 콘서트에 더 빠르고 편하게 입장하게 돕고, 나아가서는 실물 티켓을 없애 친환경적인 입장 문화를 만드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는 아직 최적의 사용성을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제 단말기는 대량 생산을 위해 비싼 부품을 쓸 수 없고, 그래서 애니메이션 같은 효과를 마음껏 넣기도 어렵습니다. 느려지면 안 되니까요.

그럼에도 저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다고 느끼는 UX를, 그리고 결제 단말기를 쓰는 점주님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UX를 만드는 것입니다. 점주님들은 매장의 조명 같은 디바이스가 설치될 환경을 직접 제어하시기 힘드니까요.

하나의 낯선 기술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기까지, 페이스페이 사일로의 여정은 어떠셨나요? 저희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얼굴 인증의 ‘생소함’을 완전히 없애고 우리의 삶을 더욱 혁신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UX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분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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