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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참 쪼잔하다”는 유저 말에 1억을 태운 이유 | 언더커버 사일로 비하인드 2화: 만보기 사일로

#언더커버사일로
박세진/김태성
2025년 7월 21일

언더커버사일로 비하인드 토크, 재미있게 보셨나요? “토스 참 쪼잔하다”는 유저의 말 한마디에 1억을 태웠던 만보기 사일로의 코멘터리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바로 그 이야기, 지금부터 더 깊게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토스 만보기, 전국민의 사랑을 받던 서비스가 겪은 가장 큰 위기

만보기는 2019년에 시작됐어요. 당시 토스의 가장 큰 숙제는 MAU, 즉 월간 활성 사용자를 늘리는 거였죠. 지금은 전연령이 쓰는 토스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30대~ 50대 사이의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해당 연령대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분들이 만보기 앱을 많이 사용하시더라고요. '아, 이거다!' 싶었죠.

토스가 만보기 서비스를 오픈한 후, 유저 수를 늘리기 위한 여러 차례의 실험이 진행됐어요. 처음엔 친구 추가 기능으로 바이럴을 일으켜 사용자를 키웠어요. 근데 바이럴 효과가 떨어지면서, '올리브영 가면 몇 원 줄게' 같은 개인 미션을 만들었죠. 건강도 챙겨드리고 싶었고요.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어요. 저희가 유저분들에게 리워드를 드리기 위한 큰 비용을 지출하는데도,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 건지 성과 측정이 불가능해진 거예요. 결국 만보기는 유저가 증가할 수록 끝없이 비용도 비례하여 증가하는 비용 사업이 됐습니다. 팀 내부에서도 ‘이게 맞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죠.

1라운드: 만보기, 존폐의 위기 앞에서

2022년 이전까지 만보기는 혜택 탭의 ‘기둥’ 같은 존재였어요. 이걸 없애는 건 상상할 수 없었죠. 사용자들이 만보기를 쓰러 왔다가 ‘행운복권’도 써보고, ‘버튼 누르고 10원 받기’ 같은 다른 혜택들을 자연스럽게 경험했거든요. 만보기가 혜택 탭 전체로 사용자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입구였던 셈이에요.

그러다 ‘함께 토스 켜기’처럼 더 쉽고 강력한 서비스가 생기면서, 데이터상 만보기의 1위 자리를 내주게 됐어요. 내부에서는 당연히 ‘이제 만보기를 닫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하지만 데이터를 깊게 들여다보니, 떠났던 사용자를 다시 불러오고(부활 유저), 여전히 혜택 탭을 꾸준히 쓰게 만드는 힘은 만보기에 있더라고요.

사실 (토스 대표인) 승건님과 만보기를 닫는 문제로 논쟁이 붙기도 했어요. 당시 만보기는 이용하는 유저 규모만큼의 비용을 무조건  지출해야하는 구조였는데, 이 비용을 메꿀만큼 이익을 내려면 무조건 그 이상의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야 했죠. 그때 제가 광고를 담당하는 토스 Ads Product 팀에 있었는데, 솔직히 7개월 안에 그만한 성과를 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거예요. 만보기를 그만두는 대신, 어떻게든 수익화해서 이 문제를 풀어보자고 결심한 거죠. 만보기 자체의 가능성을 더 믿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계속 ‘이제 그만하자’는 의견에 더 거세질 때도, ‘딱 2주만 더 해보자’고 버텼습니다. ‘나 같은 사용자라면, 보상이 10원에서 8원으로 줄었다고 해서 이 서비스에 아예 등을 돌리진 않을 텐데’ 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 2원의 차이가 사용자를 떠나게 할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전까지 만보기의 목표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높이는 것이었고, 그 목표는 이미 달성된 상태였어요. 하지만 저는 돈, 즉 ‘수익화’에 관심이 있었죠. 무엇보다 만보기는 사람들이 알림을 받고 수시로 들어와 걸음 수를 확인하는, 아주 강력한 습관을 만드는 서비스였습니다. 사용자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 접점을 없애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끝나지 않던 실패의 7개월

처음엔 작은 실험부터 시작했습니다. 구글 애즈(Google Ads)를 붙이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어떻게 광고를 보게 할 것인가’였죠. 특히 유저분들은은 5초짜리 광고 시청도 꺼리는 경향이 있으시니까요.

그때, ‘1원이라도 주면 보지 않을까?’ 이 가설 하나가 떠올랐어요. 결국 포인트를 받자마자 광고를 강제로 보게 하는, 사실 토스에서는 금기시되는 게임 회사 방식을 시도했어요. 저희가 딱 4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서 내보낸 기능이었는데요. 놀랍게도, 첫날에만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이 기능을 사용하셨어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한두 번 눌러보고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시더라고요.그래서 커피 쿠폰을 걸어보기도 하고, 상품권을 주기도 하면서 7개월 동안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제가 광고 수익화에 너무 꽂혀 있었던 것 같아요. ‘리워드를 더 주면 더 보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 빠져 있었죠.

이 실험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용자 반응이 뭐였는지 아세요? 사실 표면적인 데이터나 댓글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저희가 문제의 본질을 알게 된 건, 한 사용자 인터뷰 때였습니다. 사용자분께 평소처럼 서비스를 써달라고 부탁드렸어요. 화면을 켜고, 버튼을 누르시더라고요.

그런데 광고가 나올 타이밍이 되자, 그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체 앱 메뉴를 열어서 토스 앱을 위로 쓸어 올려 꺼버리셨어요. 그리고는 제게 오히려 팁을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광고 안 보고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죠. 아, 내가 지금 사용자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경험을 강요하고 있었구나. 그걸 깨닫게 된 겁니다.

실행하기 전까지는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오히려 결과를 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사용자에게 강요해도 결국 광고 매출을 만들 수 없구나’ 라는 명확한 실패를 확인했거든요. 덕분에 미련 없이, 아주 빠르게 이 방식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들어야 했던 건 지급하는 리워드 총합, 그 이상의 임팩트였는데... 이 방식으로는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억지스러운 선택’은 결국 통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어요. 좋은 제품이 좋은 성과를 낳고, 상식적인 경험이 좋은 광고 경험을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요.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이 실패는 정말 많은 것을 얻게 해준 값진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더커버 사일로 EP2

2라운드: 관점의 전환, ‘광고의 가치’를 만들다

7개월간 실패하며 깨달은 건 딱 하나였습니다. 사용자가 광고를 안 보는 이유는, 광고를 보는 그 시간이 사용자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질문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어떻게 광고를 보게 하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광고를 기다리는 시간을 기꺼이 가치 있게 만들지?’ 라고요.

고민 끝에 답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기다리게 만들면, 그 시간 동안 기꺼이 광고를 볼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원하는 것, 바로 ‘100만 원 당첨’이라는 기회였죠. 축의금처럼 급전이 필요한 순간들을 생각했어요. 광고를 보는 시간 동안 당첨 여부를 기다리게 하는, 그 긴장감의 순간에 가치를 부여한 겁니다. 동시에 사용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꽝’ 없이 최소 2원은 받을 수 있게 설계했고요.

유튜버 조코딩님께서 핵심을 정확히 보셨습니다. ‘광고 보고 복권 받기’는 광고 시청을 강요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보상에 대한 기대를 통해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설렘으로 바꾸는 서비스입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용자에게 드리는 리워드를 뛰어넘는 광고 수익을 창출하며, 마침내 ‘사용자 혜택’과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만보기는 다음 단계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편적 성공’입니다. 저는 한 사람이 10번 광고를 보는 것보다, 20명이 한 번씩 광고를 보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다고 믿어요. 그래야 앱 설치나 상품 구매 같은 실질적인 광고 성과도 함께 올라가거든요. 만보기는 마침내 그걸 해낼 수 있는 서비스가 된 거죠.

3라운드: 돈을 넘어, ‘토스만 줄 수 있는 혜택’을 향해

그래서 앞으로 만보기의 목표가 뭐냐고 물으시면, ‘돈을 더 버는 것’이라고 답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어떻게든 수익을 내려고 했던 건, 이 서비스를 닫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만보기가 주는 ‘건강’과 ‘재미’라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거든요. 이제 수익화로 생존 기반을 마련했으니, 저희는 ‘오직 토스만 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더 좋은, 우리다운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도 그로스 도메인으로 자리를 옮겼고요.

예를 들어, ‘토스 만보기만의 특별한 혜택은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저희의 답 중 하나는 바로 ‘보험료 할인’입니다. 지금 만보기에서 특별 약관 보험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많이 걷는 사람은 자동차를 탈 일이 적을 테니, 사고 확률도 낮아지겠죠? 그 데이터에 근거해서 운전자 보험료를 직접 깎아드리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저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보통의 일상, 가장 위대한 기회

PO들이 자기가 아끼는 제품을 ‘예쁘게’ 성장시키고 싶어 한다는 말, 저도 공감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이런 혜택이라면 나도 매일 쓰고 싶겠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요. 지하철에서, 길에서,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만보기를 켜잖아요. 이게 정말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식적인 유저 인터뷰에서는 차마 못 물어보는 것들을 저희 엄마께 전부 여쭤봐요.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통화하면서요. 제가 예전에 ‘마이리얼트립’에서 일할 땐, 고객이 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3개월은 앱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만보기처럼 일상과 밀착된 서비스는 어제 들어온 사용자가 오늘도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게 제가 본 만보기의 가장 큰 가치였어요.

지금까지 만보기 사일로의 비하인드 코멘터리, 흥미롭게 보셨나요? 하나의 서비스를 둘러싼 이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은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서 더욱 생생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문턱을 낮춰야 했던 페이스페이(Face Pay) 사일로의 뒷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 주세요!

Words 박세진 Edit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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