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 있는 곳엔 플랫폼 디자이너가 있다
작은 오해가 만든 큰 비효율
토스에서 계좌를 연결할 때 앞으로 토스로 돈을 받고, 보내는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출금이체 동의를 해요. 그럼 은행에서 자동으로 문자가 오는데요.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은행 문자 속 '자동이체'라는 단어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용자는 이 단어를 보고 "내 돈이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건가?"라는 걱정을 하게 되죠. 사실 이 문자는 단순한 확인 절차일 뿐인데도, 사용자 입장에선 이 작은 단어 하나가 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이 작은 오해 때문에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문의가 급증했어요. 대부분은 "자동이체가 시작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었죠. 사용자가 오해하지 않고, 토스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특히, 2019년부터 고객 문의 상위 3위 안에 들면서, 토스팀원들이 같은 안내를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죠.
문제를 해결하는데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아니고, 플랫폼 디자이너가 한다고?
보통은 제품의 문제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해결하지만, 이번엔 플랫폼 디자이너가 나섰어요. 플랫폼 디자이너는 디자인시스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서비스 전반을 살피고 비효율을 찾아서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토스 팀 전체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토스팀원들의 비효율을 줄여주고, 사용자들에게 안심 경험을 줄 수 있는 화면으로 개선하기로 했어요.
문제 해결 과정
지금 보는 이 화면은 기존에 계좌 연결 후 보게 되는 화면이에요. 이정도면 문자가 왔을 때 문자가 갈거라고 미리 안내도 해주고, 문자 내용을 보고 놀라지 말라고 해서 괜찮은 것 같은데 사용자들이 '자동이체'라는 단어에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해야 했죠.
1.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를 말하기
첫 번째로 중요했던 것은 사용자의 감정을 먼저 추측하기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었어요. 토스는 따뜻하고 친근한 말투를 많이 쓰는데, 처음부터 '은행에서 문자가 와도 놀라지 마세요'라는 표현을 하면 오히려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기로 했어요. "OO님이 출금이체 동의를 한 몇 개의 은행에서 문자가 발송될 것"이라고요.
2. 어려운 말은 더 자세하게 말하기
다음으로는 ‘자동이체’라는 단어를 쓰면서 더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요. 그리고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자동이체’ 라는 단어가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는 문구를 추가했죠. "이건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돈은 안전해요!"라고 말이죠. 또한, 자동이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상세히 설명했어요.
토스에서는 퍼널의 길이가 짧을수록 좋다는 러닝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 러닝을 넘어 사용자에게 더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내 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안심시킬때는 너무 축약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3. 중간에 문자가 와도 다 읽을 수 있게 하기
마지막으로 문자 도착 시간에 집중했어요. 은행에서 문자가 발송되는 데는 최소 2초에서 최대 15분까지 걸릴 수 있어요. 사용자가 안내 화면을 보고 있는 동안 문자가 도착하면, 화면 상단에 푸시 알림이 안내 내용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사용자가 내용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제목과 전체 내용을 아래로 조금 내려서 문자메세지가 와도 끊김 없이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는 디테일을 추가했어요.
결과와 배운 점
이렇게 만든 디자인을 바로 구현해서 문의량을 측정해기로 했어요. 그 결과는 놀라웠어요. 이전에는 월평균 3,173건이던 문의가 무려 446건으로 줄어들었죠.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플랫폼 디자이너가 토스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마지막으로, 사용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때로는 설명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사용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감정을 먼저 읽기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전해주는 것이 가장 첫번째로 알려줘야 큰 안심을 줄 수 있고, 그 결과 서비스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