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ers of your time : 토스와 함께한 시간을 기념하기

Layers of your time : 토스와 함께한 시간을 기념하기

이정현 · 토스 Visual Designer
2026년 4월 7일

안녕하세요. Visual Designer 이정현이에요. 저는 사내 구성원을 위한 브랜드를 설계하는 인터널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어요. 하드웨어 제작이 처음인 상태에서 첫 미션으로 팀원들의 입사 기념일마다 주는 N주년 굿즈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오늘은 그 8개월의 과정에서 제가 찾은 좋은 인터널 브랜딩의 조건을 나눠보려고 해요.

배경

토스엔 팀원의 입사 근속 주년마다 시간을 축하하며 선물을 전하는 문화가 있어요. 메달 코인, 와인, 큐브처럼 매년 굿즈로 이 문화를 이어왔죠. “N주년 굿즈”라고 부르면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갈리기 시작했어요. 슬랙 채널에 N주년 굿즈를 무료로 나눔한다는 글이 흔하게 올라왔어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선물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리해야 할 것’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죠. 결국 지급을 잠시 멈추고 리뉴얼 하기로 했어요. 그 사이엔 약 6개월의 공백이 있었고, 팀원들을 위해 서둘러 굿즈를 만들어야 했어요.

목표 다시 세우기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외적으로 예쁜 물건을 만들면 사람들이 더 오래 간직할 거라고요. 그런데 기존 논의를 찾아보다가 이 문장을 보고 관점이 바뀌었어요.

"10년, 20년의 헤리티지를 만들자. 보석처럼 모아가는 개념으로 접근하자."

N주년 굿즈는 물건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간을 축하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 관점에서 보니 목표도 달라져야 했어요. 더 예쁜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팀원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 굿즈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했죠.

그래서 목표를 두 가지로 다시 세웠어요.

1️⃣ 팀원 개인의 시간을 진심으로 축하할 것 2️⃣ 리뉴얼을 기다려준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것

3가지 기준을 만족하는 굿즈

목표가 생기니 기준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이 두 가지 목표를 실제로 충족하려면 어떤 굿즈여야 하는지, 계속 그 질문을 붙들고 있다 보니 세 가지 조건으로 좁혀졌어요.

1️⃣ 받자마자 서랍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2️⃣ 시간이 누적되는 감각이 물리적으로 보여야 한다. 3️⃣ 1주년이든 10주년이든 형태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아이데이션 과정 일부

유리 조각상, 탁상시계, 마그넷 등 다양한 시간을 생각해 봤지만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안을 찾는 건 쉽지 않았어요.

유리 조각상은 예뻤지만 바로 서랍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고, 숫자 배지를 끼우는 탁상시계는 12년 이후엔 의미가 사라지기도 하고요. 1~10주년 중 어떤 주년이어도 형태가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걸 만족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당시 찍었던 조명 사진

그렇게 고민하던 중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길가의 조명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토스에서 지낸 시간을 빛으로 밝게 비춰주면 좋겠다.”

초기 스케치 설계

바로 집에 돌아와 스케치로 형태를 잡고, 설계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주년마다 디스크를 한 장씩 쌓는 조명이었어요. 시간이 눈에 보이고, 쌓일수록 빛의 레이어도 함께 깊어져요. 디자인적 장식보다 구조 자체가 의미를 설명해 주는 방식이었고, 책상·테이블·침대 옆 어디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어요.

제작 과정

아이디어가 결정된 이후에도 쉽지 않았어요. 저는 조명은 물론 하드웨어 제작 경험도 없었거든요.

제조 업체를 찾고 나서부터는 디스크 두께 0.5mm 차이가 빛이 퍼지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본체와 디스크 사이의 간격이 몇 mm일 때 가장 자연스럽게 쌓이는지를 계속 테스트하고 수정을 반복했어요. 매일 책상 위에서 마주하는 물건이니까 볼수록 좋아야 한다는 생각으로요.

디스크를 무한히 쌓을 수는 없었어요. 쌓일수록 빛이 약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10개 기준으로 광량을 계산해서 1~10주년은 화이트 버전, 11주년부터는 블랙 버전으로 나누기로 했어요. 10년이라는 시간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을 함께 시작하자’라는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납품 한 달 전 최종 검품을 하러 공장에 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큰일 났다.”

넉넉하지 않은 일정 안에서 만들려니까 수십 가지 불량품이 나왔어요. 세심하게 다듬어온 것들이 실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도 컸어요. 기대했던 퀄리티가 아닌 상태로 팀원들 손에 쥐여줄 수는 없었어요. 퀄리티를 맞추자니 일정이 늘어나고, 일정을 맞추자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 선택이 필요했어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사람들은 모를 텐데 나만 집착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타협하고 싶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답은 이미 처음에 세운 기준 안에 있었어요. 배부 일정을 미루고 불량품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5,000개 조명을 하나씩 검품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다행히 공장과 제조업체도 그 뜻을 이해해 주었죠.

디자인은 결국 타협하지 않는 집요함이 결과로 이어지고, 그게 팀원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언어 입히기

조명 이름은 ‘Layered Lighting’으로 짓고, 조명 본체와 패키지에는 “Layers of your time at toss”라는 문구를 새겼어요. 힘찬 미션 메세지보다 “우리는 당신이 쌓은 시간을 기억하고 축하한다”라는 감정과 응원이 먼저 전달되길 바랐거든요.

패키지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문구, 폰트, 카드 전반의 감도를 맞췄어요. 고딕체 대신 세리프 서체를 써서 부드럽고 감성적인 느낌을 냈고, 개인 이름을 수기로 적은 메시지 카드를 함께 넣었어요.

받는 순간까지 설계하기

조명이 완성됐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끝난 건 아니었어요. 팀원이 굿즈를 처음 받는 순간까지 설계해야 비로소 완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N 주년 굿즈는 직접 받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달라야 했어요. 1년을 기다려준 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미 3년 차 팀원이라면 처음부터 디스크 3개를 받는 소급 적용 방식으로 리뉴얼된 굿즈를 처음부터 쌓지 않도록,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축하하고 싶었고요.

"리뉴얼됐으니 라운지에서 받아 가세요"라는 방식은 축하와 감사의 맥락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축하받는 순간이 아니라, 번거롭게 챙겨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한 번만큼은 자리에 직접 선물을 두기로 했어요. 설계했던 시나리오는 이랬어요.

1️⃣ 월요일 아침 출근했을 때 자리에 놓인 선물을 발견 2️⃣ 박스를 열자마자 "와... 이거 뭐야?" 3️⃣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고, 동료들과 그 순간을 나누기

이 경험을 만들기까지 반대와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팀과 함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며 풀어나갔어요. 팀원마다 주년이 달라 자리 배치도를 보며 대상자를 찾고, 주년에 맞는 굿즈를 꺼내고, 카드에 이름을 한 명씩 적어 자리에 두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주말 동안 약 3,900명 중 2,500명의 자리에 선물을 놓았고, 꼬박 26시간이 걸렸어요.

월요일 아침, 팀원들의 인증 사진과 후기가 슬랙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설계했던 시나리오 그대로였죠. 가장 기억에 남는 후기는 이 말이었어요.

"일 년 더 다닐 이유가 생겼어요."

좋은 인터널 브랜딩이란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좋은 인터널 브랜딩이란 뭘까? 8개월을 돌아보며 내린 나름의 답은 세 가지예요.

1. 이유가 먼저여야 한다. 굿즈 하나, 그래픽 하나도 "왜 존재하는가"가 설명될 때 완성돼요. 조명으로 결정한 이유도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시간의 누적을 물리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무리 예뻐도 구성원의 책상 위에서 배경이 될 뿐이에요.

2.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잘 디자인했네"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좋은 경험이 시작돼야 해요. 월요일 아침 자리에 놓인 선물, 상자를 여는 순간, 동료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흐름 자체가 좋은 경험이에요. 받는 순간까지 설계해야 비로소 완성이에요.

3. 끝까지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인터널 브랜딩은 성과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 타협하기 쉬워요. 그래서 더 기준이 중요해요. 퀄리티는 누가 알아보느냐보다, 내가 끝까지 기준을 지켰느냐에서 나와요.

결국 인터널 브랜딩은 팀원이 "나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라는 확신을 만드는 일이에요. 그 확신이 몰입을 만들고, 그 몰입의 총량이 우리가 만드는 일의 품질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적용해 보기

인터널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 질문들을 먼저 해보세요.

1️⃣ 이 프로젝트가 "왜 존재하는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나요? 2️⃣ 예쁜 레퍼런스를 찾기 전에, 이 결과물이 충족해야 할 조건을 먼저 정의했나요? 3️⃣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경험의 흐름을 통째로 설계했나요? 4️⃣ 타협하고 싶어지는 순간, 다시 돌아갈 기준이 있나요? 5️⃣ 이 결과물이 구성원에게 "이 팀과 함께하고 싶다"라는 감정을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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