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람

토스에서 하루 만에 제품 출시하는 법

이다윗 · 토스 Product Designer (Tools)
2023년 12월 11일

여러분은 디자인을 빨리 만들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대부분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고 관련된 레퍼런스를 먼저 찾아볼 거예요. 그런데 내가 속한 회사 내에도 수백 개의 제품이 있다면 어떨까요? 토스는 금융뿐만 아니라 통신, 쇼핑, 결제, 공공 서비스, 헬스 등 매우 다양한 맥락의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한 개인화, 광고, 이탈 방지, 동의 얻기 등 다양한 디자인 전략을 시도한 화면들이 많이 있죠.

그러니 토스에선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다른 토스 제품을 참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문제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원하는 화면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수백 개의 제품, 아니 수만 개의 화면 중 내가 필요한 화면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래서 디자이너 몇 명을 인터뷰했더니 모두 화면 찾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화면을 찾기 위해 해당 화면을 만든 디자이너가 누군지 수소문해서 디자인 파일을 받아내야 했어요. 하지만 이 방법으론 시간이 걸리고 답답했죠. 담당자가 휴가라도 갔다면 더 오래 걸렸어요.

클라우드의 파일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었어요. 어딘가 좀 이상하죠. 화면은 이미 클라우드 어딘가 있는데 말이에요.

가설

그래서 디자이너가 만드는 모든 화면을 검색할 수 있으면 이 비효율은 없어진다고 생각했어요.

해결

그런데 ‘검색’이라니.. 너무 헤비한 기능 같았어요.

게다가 화면 데이터를 추출하고, 서버 DB를 구축해야 했으며, API도 만들고, 플러그인도 만들어야 했어요. 스펙이 커지면 사람도 더 필요한데 빨리 구할 수 있을까요? 혹은 적은 인원이 길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결과물을 보기까지 오래 걸리기에 모두의 사기가 점점 낮아지죠.

이렇게 리소스가 없는 상황은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먼저 스콥을 엄청나게 줄였어요. 여기까진 누구나 하는 일이죠.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도전하고 싶은 것은, ‘이 일을 하는데 꼭 개발자가 필요한가?’ 라고 자문해보는 것이에요. 창의력은 자유가 아닌 구속과 제한이 있을 때 증폭돼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보는거죠. 마치 웅크렸다가 점프하면 서서 뛸 때보다 훨씬 높이 오르는 것처럼요.

이 질문 덕분에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바로 노코드 툴로 만드는 것인데요. 개발자 없이도 실제로 동작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툴이 많이 있어요. 아직 토스앱같이 고도화된 앱을 만들 수는 없지만 PM Fit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제품은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특히 많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앱은 만들기 정말 쉽다는 것을 많은 노코드 툴을 사용해보며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하루만에 제품을 만들었죠.

화면 나열, 검색, 필터, 로그인 등을 쉽게 만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토스 스크린을 찾는 제품이니까 줄여서 ‘토스파’라고 불렀어요.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고 말할 수 있도록요.

그런데 잠깐! 막상 배포하려고 하니 몇 명이 얼마나 써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아무리 하루 만에 만들었더라도 성공/실패 여부는 파악해야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0 to 1 제품이라 비교할 수 있는 기존 데이터가 없었어요.

그래서 비교할 기준 데이터를 만들기로 했어요.

디자이너 분들에게 설문으로 최근 두 달간 토스 화면을 얼마나 찾아봤는지 물어봤어요. 놀랍게도 90% 이상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거의 절반이 매일 찾고 있었어요.

당시 PD가 40명 정도였고, 설문과 추가 인터뷰의 응답을 정량화했을 때 대략 주당 20명이 사용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설문 결과보다 수치를 낮게 잡은 이유는 ‘토스파’가 화면을 찾고 싶은 모든 니즈를 해결해주는 제품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여러 니즈 중 ‘배포된 최신 화면을 찾고 싶다’는 니즈는 만족시킬 수 없었죠. 이런 사항까지 모두 고려하여 목표 지표를 WAU(Weekly Active Users) 20으로 잡았어요.

기준이 되는 지표는 설정했으니, 비교를 위해 제품에도 데이터 분석 툴을 연동하고 바로 배포했어요.

결과

초기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어요.

혹시 단순 초기 효과는 아닐까 싶어 만족도도 받아봤어요.

그냥 만족도만 달라고 하면 Value First가 아니니까 사용자가 요청사항을 보내는 다이얼로그에 만족도를 끼워 넣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5점 만점 중 4.5점을 기록하고 있어요.

PD가 60명대로 늘어난 최근 2개월을 보면 WAU가 약 19~53 사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주별로 출렁이긴 하지만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원래는 니즈가 없던 새로운 사용 패턴도 발견했는데요.

디자이너들이 꼭 목적 지향적으로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쇼핑하듯이 스크롤 하며 본다는 것이었어요. 마치 쇼핑몰에 옷을 사러 들어갔다가 신발을 보고 있는 저처럼요.

토스파의 성공에 힘입어 같은 방식으로 A/B Test 기록을 찾는 제품도 만들었어요.

토스의 과거 실험을 개인화, 광고, 이탈 방지, 동의 얻기, 소셜 프루프 등의 전략별로 분류하고, 어떤 화면과 어떤 화면을 A/B Test했는지 한눈에 보거나 검색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적용해보기

이 짧고 굵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사용자 문제에만 집중하면 한계는 기회가 된다 개발자가 없으니 스콥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노코드 툴을 활용하여 하루 만에 임팩트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성공 여부는 간단한 설문으로도 예측할 수 있다 설문에서 매일 문제를 겪는 사용자의 비중이 높았고, 세상에 이를 해결하는 어떤 솔루션도 없었어요. 이 간단한 설문만으로도 성공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어요.

나는 유저가 아니다 저도 디자이너이지만 레퍼런스를 잘 보지 않는데, 인터뷰하지 않았다면 화면 찾는 것이 이렇게 큰 고통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제품의 사용자라도 내가 아웃라이어일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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