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호가 있는 주황색 배경의 무의미한 패턴

모티베이션을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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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석UX Writer
2024. 2. 26

이번 아티클에서는 UX Writing Team이 ‘스스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 만들기’라는 모호한 문제에 접근한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배경

작년 하반기에 우리 팀은 ‘문구 한두 개를 더 잘 쓰는 것만으로는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를 위해선 문구가 배치된 화면의 정보를 전체적으로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고요.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건 한 화면 안에서 여러 메시지를 한꺼번에 전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토스의 제품 원칙(Product Principle: PP) 중 단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하자는 뜻의 ‘One thing per one page’라는 항목이 있는데, 토스 제품이 복잡해짐에 따라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잦아진 거죠.

제품 디자인에 있어 최종 DRI가 없는 UX Writing Team이 어떻게 One thing per one page 원칙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토스 앱 전반적으로요. 우리 팀이 찾은 해결책은 모든 Product Designer가 제품 원칙을 토대로 디자인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인 ‘PP 리뷰’의 밀도를 높이는 거였어요.

문제

PP 리뷰는 모든 Product Designer가 4~6명씩 모둠을 이뤄 나뉘어 한 주의 디자인 결과물을 서로 피드백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매주 2시간 동안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디자인한 화면을 소개하고, 다른 디자이너의 의견을 받죠.

처음에는 Head of UX 희연 님을 설득해 톱다운으로 프로그램을 바꿔보려고 했어요. Product Designer라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이다 보니, 의사 결정권자가 공표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하지만 워터폴 구조로 움직이던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미뤄볼 때, 희연 님의 피드백은 뜻밖이었어요. “아무리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도 토스팀원의 자발성이 없으면 어려울 거예요.”

참여자의 모티베이션을 디자인하기, UX Writing 팀은 이 모호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가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참여자의 자발성을 끌어내기가 됐어요. 그 방법을 연구한 자료를 찾던 중, 수전 앰브로스의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란 책에서 인상 깊은 공식을 발견했어요. 학습의 동기 부여 = 가치 + 기대.

즉,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먼저 배움의 효능감을 느껴야 하고(가치), 그 효능감을 다시금 얻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해요(기대).

이러한 공식을 프로그램 기획에 적용해 보자면, 우리는 PP 리뷰에서 학습한 내용이 가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구성원에게 심어줘야 했어요. 이를 위해 UXW 팀이 고민한 액션 아이템은 아래 3가지예요.

해결책

1. 작은 성과 만들기

먼저 새로운 리뷰 방식이 얼마나 가치 있을지 미리 가늠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PP 그룹에 본격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기 전, 한 디자이너분과 작게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디자이너 1명과 UX Writer 2명과 미니 PP 그룹을 이뤄 MVP 프로그램을 만든 셈이죠.

방식은 간단해요. 5분간 화면의 문제를 쭉 쓴 뒤, 10분간 가장 우려되는 문제를 풀어보는 거예요.

참여한 디자이너는 화면의 문제를 각자 쓰는 것만으로 전에 못 보던 이슈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놀라워했어요. 이전에 수없이 들여다본 화면임에도요. 나아가 문제의 단위를 작게 쪼개니 해결 방식이 명료해진다는 효과도 있었어요. 단 15분 만에 제품의 크리티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거예요.

이 실험은 해당 디자이너가 참여한 한 PP 그룹의 참여 의사로 이어졌어요. 직접 가치를 느낀 참여자의 증언이 강한 모티베이션 수단이 될 거라는 가설이 맞아떨어진 거예요.

PP 리뷰는 위 테스트를 인원수만큼 반복하는 셈이 될 테니, 이미 검증된 가치를 모두가 체감할 거라 확신했어요. 오히려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문제 해결에서 오는 성취감(attainment value)도 늘어날 거로 예측했고요.

리뷰가 끝나고 참여자의 후기를 들어보니, 실제로도 다른 디자이너의 문제 해결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때 효능감이 컸다고 해요. 평소에 알기 어려웠던 서로의 디자인 지식을 참조해 자신의 문제를 더 선명히 파악하고 해결할 방법이 생긴 거죠. 게다가 각자 개선한 화면을 현장에서 받아버리니 효능감이 더 커질 수밖에요.

게다가 진행자로서 실험에 직접 참여해 보니 구성원의 남다른 몰입도가 느껴졌어요. 본인의 실무와 상관없는 화면을 다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로 드러난 것이죠. 이렇게 우리는 학습의 즐거움에서 느끼는 가치(intrinsic value)도 확인했어요.

이 PP 그룹에서 효용을 확인하자 다른 PP 그룹을 도는 일이 쉬워졌어요. 화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슬랙에 공유하자 먼저 참여 의사를 표하는 그룹도 있었죠. 입소문을 바탕으로 3명의 팀원이 매주 3개 그룹을 돈다면, 3주 만에 모든 그룹을 커버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비용‘이라는 새로운 허들을 발견했어요.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이 ‘재밌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짧은 시간 내에 깊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진행자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하려면 어렵겠다’였거든요. 그래서 UX Writing 팀은 참여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피드백의 해상도를 높일 새로운 방식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2. 비용 줄이기

이렇게 시안을 직접 치는 비용을 줄이되, 구성원의 가치와 기대치를 유지한다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어요. 디자인 문제와 해결책을 구두로 설명할 때 수반되는 노이즈를 줄인다는 게 과제의 골자였고요.

기존의 구두 논의 방식은 제품 히스토리와 비즈니스 로직 등 UX 문제 해결과 상관 없는 배경 설명으로 만연해지기 쉬웠는데요. 우리가 찾은 솔루션은 ‘다이얼로그 맵핑(dialogue mapping)’이었어요.

다이얼로그 맵핑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보이는 회의록’이에요. 복잡한 주제를 여러 관점으로 다룰 때, 대화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포착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거죠. 우리가 택한 방식은 간단해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화면 위에 파란 박스를 만든 뒤, 가장 핵심적인 문제 앞에는 ?, 해결책 앞에는 ! 기호를 써서 논의를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거죠. 그 전에 5분간 문제를, 10분간 해결책을 각자 쓰는 침묵 토의 방식은 유지하면서요.

이 방식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논의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 것이었던 터라, 이번에도 각 그룹의 반장님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션 테스트를 해봤어요. 여기서 모두가 동의한 문제를 파란 박스에 옮기고,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1번 물음표의 해결책이 맞나요?’ 같은 표현으로 중간중간 논의를 환기하자, 문제의 해결책에 모두가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화면을 가져온 발제자는 불필요한 맥락을 덜어내고, 참여자는 더 뾰족한 피드백을 남길 수 있었어요.

구성원의 시간적 비용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전반적인 플로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UI에 갇히지 않은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실제로 디자이너가 PP 리뷰에 가져오는 화면을 보면 퍼널 단위가 많은 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더 다양한 케이스를 커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3. 위임하기

한 달이 지나자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와 기대를 눈덩이처럼 굴리는 방식으로 모바일 제품을 다루는 PP 그룹을 한 차례 이상 돌 수 있었어요.

이렇게 프로그램의 제로 투 원(0 to 1)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는 원 투 텐(1 to 10) 단계로 진입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실험 결과를 공식화하면서 프로그램이 좀 더 자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위임할 때가 온 거예요.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룹이 본인들의 필요에 맞게 진행 가이드를 이터레이트할 때 가치를 더 많이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판단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었어요: 1) 챕터의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디자인 리뷰 방식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상태일 것, 2) 이 과정에서 롤백해야 할 만큼 크리티컬한 피드백을 받지 않을 것.

바텀업으로 개선이 진행돼야 한다는 애자일 조직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 팀이 선택한 공식화와 위임 방법은 발표를 통한 러닝 셰어였어요. 기존 PP 리뷰 방식의 아쉬움을 솔직하게 되짚고,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실험 과정과 후기를 공유한다면 구성원이 팀의 비전에 충분히 공감할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챕터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발표 이후, 각 그룹의 반장님에게 진행 상황을 질문하거나 액션 아이템을 논의할 때 설명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일이 사라졌어요. 또한 상대적으로 반장님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기존 PP 리뷰 운영진에게도 위클리 미팅을 요청해 협업을 제안할 수 있었죠.

결과

위와 같은 방식으로 UX Writing Team은 3주 만에 모든 PP 그룹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이후 한 차례 더 사이클을 돌 수 있었어요.

이러한 여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면 참여자의 자발성을 끌어낼 전략의 중요성이었어요. 기획자가 프로그램의 내실을 아무리 탄탄히 다져도 구성원이 부담을 느낀다면 학습 효과가 떨어짐을 눈으로 확인하면서요.

반면 문제 해결에서 오는 성취감(attainment value)을 작게라도 느끼는 순간에서 자발성의 싹이 자라난다는 교훈도 얻었어요. ‘해야 할 고민만 하게 된다’, ‘밀도 높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후기를 보면서요. 이러한 성취감의 순간을 꾸준히 만들려면 제품과 마찬가지로 작은 실험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요.

적용해 보기

UX Writing Team처럼 조직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다는 모호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땐, 이번에 시도한 작은 성과 만들기, 비용 줄이기, 위임 3가지 전략을 기억해 주세요.

  1. 작은 성과 만들기: 구성원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구체적이어야 움직여요. 이미 성공한 프로젝트의 성공 전략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 보세요.
  2. 비용 줄이기: 가치를 눈으로 확인해도 지불해야 하는 시간적, 인지적 비용이 크면 움직이지 않아요. 더 쉽고 가벼운 방법은 없을지 궁리해 보세요.
  3. 위임하기: 프로그램이 정착하는 단계에는 오너십을 나누는 것도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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