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저 리서치: 캐나다인 "B"씨는 왜 토스 인증에 실패했을까
혹시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어떤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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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Reddit에서 “Korean Banking”을 검색해 보면,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 금융 시스템의 인상을 그대로 볼 수 있어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고, 전반적인 경험도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토스에 가입했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사용자들이 많았어요.
“모두를 위한 금융”이 토스의 비전이라면,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인도 편하게 쓸 수 있는 토스를 만들기 위해, 외국인의 금융 생활을 파헤쳐보기로 했죠.
산업단지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
외국인 유저가 가입이나 인증 과정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외국인등록증 준비 과정, 통신사 정보 불일치, 1원 인증 같은 요소들이 인증 과정에서 허들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탈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특히 외국인 사용자 중에서도 정보가 부족했던 대상은 블루칼라 노동자였어요. 유학생이나 화이트칼라 외국인에 비해 블루칼라 외국인의 금융 생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죠. 모바일 앱을 통한 금융 서비스 이용보다는,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를 더 많이 의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요.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오프라인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리고 모바일 앱은 왜 사용하지 않는지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이들을 만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죠. PO, PD, 리서처 모두 근처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모두 거절당했지만, “점심시간쯤 공장 앞 거리로 나가보면 외국인들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라는 다소 희망적인(?) 힌트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갔어요, 시화공단.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외국인분들이 우르르 나올 거라는 상상을 했는데… 웬걸, 놀랍게도 거리는 텅 비고 너무 조용했어요.


외국인분들이 점심을 먹는다는 마트를 어슬렁거리며 기다려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인근을 둘러보다가 식당 같은 곳 앞에 서 있다가, 어쩌다 외국인 한 분이 지나가면 후다닥 달려가 말을 걸었어요. 마치 유 퀴즈 온 더 블럭처럼요! 하지만 정장 차림에 사원증, 인터뷰 동의서 등 여러 서류를 한가득 들고 있는 모습 때문인지, 어쩌다 마주친 외국인분들도 대부분 멈칫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어요. 인터뷰에 바로 응해주시는 경우는 드물었죠.
결국, 캐주얼한 차림의 외국인 PO분 덕분에 5명 정도의 길거리 인터뷰를 어렵사리 성공할 수 있었어요.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인터뷰를 시도할 때는, 공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훨씬 더 캐주얼하고 친근한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길거리 인터뷰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방법을 바꿨어요. 무작정 공단 지역을 찾아가기보다는, 블루칼라 외국인분들이 자주 방문하는 다문화 센터를 방문했죠. 포천에 위치한 다문화 센터에서 서로 다른 국적과 체류 기간을 지닌 외국인분들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오프라인 은행을 갈 수 밖에 없는 이유
외국인분들이 한국에서 금융 생활을 하며 가장 어렵다고 느낀 점은, 모바일 금융 앱을 원활히 사용할 수 없어 오프라인 지점을 자주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모바일 뱅킹 앱은 이들에게 편한 도구가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 사용할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시스템처럼 느껴졌어요. 실제로 서비스 이용까지도 가지 못하고, 가입 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죠.

회원가입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은 바로 이름 입력이었어요. 이름을 어떻게 띄어 써야 하는지, 성과 이름의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하게 느끼시더라고요.
한 인터뷰 참여자의 이름을 BRAD PITT 라고 해볼게요. 그런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BR AD처럼 띄어 써야 했다고 해요. 어떤 분은 외국인등록증에 적힌 이름 그대로 입력했지만, 과거 은행 계좌 개설이나 통신사에 등록된 이름 포맷과 일치하지 않아 인증에 실패했어요.
심지어 어떤 분은 무려 8년 동안 본인의 이름으로는 온라인 인증을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결국 외국인 사용자들은, ‘내 이름이 어떤 형태일 때 인증이 되는지’를 스스로 실험하고 학습한 끝에 겨우 금융 앱의 첫 단계를 넘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증이 왜 안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인증 실패가 반복돼도 구체적인 원인을 안내받을 수 없었고, 5회 이상 오류가 누적되면 더는 진행조차 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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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인증 뒤에는 또 하나의 큰 허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주소 입력이에요.
외국인에게는 한국어로 타이핑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은 입력이 쉬운 우편번호, 영문 주소, 지번 등을 입력한 후, 나오는 주소 리스트를 스크롤하며 본인의 주소를 찾죠. 문제는, 너무 많은 주소가 한꺼번에 노출된다는 점이에요. 외국인 사용자들은 원하는 주소를 찾기 위해 여러 입력 방식을 반복하며 시도하지만, 결국 끝까지 주소를 찾지 못하고 중도에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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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입 단계부터 이렇게 불편이 누적되다 보니, 아무리 앱 기능이 잘 갖춰져 있어도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단순한 업무 하나도 결국은 오프라인 지점을 찾아야만 했고요.
유저리서치팀은 아직 우리가 충분히 접근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어요. 지금까지 토스가 한국 사회의 금융 장벽을 낮춰온 것처럼, 앞으로도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세대와 대상을 넘어서, 누구나 쉽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잠재 사용자들의 니즈와 불편을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해 나가고자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