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를 통해 본 ‘토스’의 진짜 브랜드 심볼
안녕하세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련 리서치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UX Researcher 김은심입니다. 오늘은 토스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세상으로 나아갈 때, 어떻게 우리만의 얼굴을 정의하고 찾아갔는지, 토스의 브랜드 심볼을 찾아간 과정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오프라인에서 토스페이를 알리려면 어떤 로고를 써야 할까?
브랜드 심볼을 찾는 과정은 토스페이 댕글러(Dangler)를 만드는 논의에서 시작되었어요. 편의점 계산대나 카페 진열대 위에 놓인 작은 카드형 안내판을 댕글러라고 불러요. 결제 서비스에겐 사용자가 브랜드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중요한 접점이죠. 토스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이 곳에서 토스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댕글러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어요. 어떤 로고를 넣어야 사람들이 토스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을지 고민했죠.

초기 논의는 주로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돼 있었어요.
- 파란 배경이 더 토스스러울까?
- 한글 로고가 직관적일까, 영문이 더 익숙할까?
- 앱 아이콘을 쓰면 토스페이를 더 빠르게 떠올릴까?
하지만 이런 논의만으로는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동안 토스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로고 변주를 시도해왔어요. 온라인에서는 ‘토스’라는 글자와 익숙한 로고 형태만 확보되면, 컬러나 스타일이 조금 달라져도 사용자는 어렵지 않게 브랜드를 알아봤죠.
하지만 오프라인은 전혀 다른 환경이었어요. 페이스페이, POS 단말기, 오프라인 매장, 외부 행사처럼 토스가 원래 존재하던 온라인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토스를 마주하게 된거죠. 앱 안에서는 수년 동안 ‘토스다움’을 자연스럽게 학습해왔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 학습이 그대로 작동한다고 장담할 수 없었어요.
낯선 환경인 오프라인에서도 토스를 인지시켜려면, 단순 로고 디자인 논의를 넘어서, 사람들이 토스를 토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자산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필요했어요.
토스의 핵심 이미지는 사용성
브랜드의 핵심 심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감정, 키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 설문이나 기능 피드백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특히 참여자 선정이 중요했어요. 브랜드 인상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냥 그런 느낌?” 같은 모호한 결론에 머무를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스크리닝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넣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한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참여자를 선별했어요.
“토스는 나에게 ______이다.” 이 빈칸을 채우고 그 이유를 적어주세요.
팬으로서 애정하거나 응원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이렇게 선별된 참여자들에게 토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물어봤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었어요. “군더더기 없다”, “실용적이다”, “편리하다”.
특히 한 사용자의 답변이 기억에 남아요.
“토스는 천재 공돌이가 엑셀로 만든 프로그램 같아요. 그러나…미적인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아요.”
사용자들이 토스를 떠올릴 때 기준이 되는 건 시각적인 요소가 아니라, 앱을 사용하면서 느껴지는 경험 자체였어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겼죠. 오프라인에서는 앱 경험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도 “이게 토스다”를 알아볼 수 있는 명확한 시각적 단서가 필요했어요.
토스는 ‘깔끔하고 실용적이다’라는 인상은 강했지만, 사용자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는 하나의 시각적 심볼은 없었어요. 이 발견은 우리에게 꽤 큰 충격이었고,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도 통할 브랜드의 핵심 자산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해졌죠.
3가지 단서로 찾는 토스의 심볼
시각적 심볼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분석했어요. 그리고 각각 요소에 대해 어떤 형태를 가장 토스스럽다고 느끼는지 탐구하기 시작했죠.
- 폰트
- 컬러
- 로고
발견 1: 폰트 – 검정색 영문 ‘toss’

사용자에게 다양한 토스 로고 폰트를 보여주고 가장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어요. 1위는 검정색 영문 ‘toss’ 폰트였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뉴스, 광고, 외부 매체 등에서 가장 자주 접한 형태였기 때문이에요. 앱 안에서는 오히려 폰트를 볼 일이 거의 없거든요.
발견 2: 컬러 – 예상 밖의 결과
여러분은 토스하면 무슨 색이 떠오르시나요? 저희는 당연히 파란색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용자들의 생각은 달랐죠.
“파란색이긴 한데… 바로 떠오르진 않아요.”
토스를 많이 쓰는 사용자 조차도 즉각적으로 파란색을 떠올리지 못했어요. 사용자에게 각인된 토스의 컬러는 단일 색상이 아니라, ‘흰 배경과 파란 로고’가 만나는 조합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발견 3: 로고 – 앱 아이콘이 곧 심볼
사용자들에게 토스 로고가 어떤 모양인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파란색 바람개비처럼 생긴 로고요” 정도의 답변만 들을 수 있었어요. 말로만 듣고는 사용자들이 로고를 어느 수준까지 인식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앱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토스 로고를 그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여기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죠.

두 그림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바로 네모난 배경이에요. 즉, 사용자들은 토스의 얼굴을 로고 단독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속 ‘앱 아이콘(흰 바탕 + 파란 로고 + 사각 배경)’ 구성으로 인식하고 있던 거에요.
시각적 심볼을 찾다
리서치를 통해 확인한 ‘사용자가 생각하는 토스의 진짜 심볼’은 다음과 같았어요.
- 로고: 앱 아이콘 형태 (로고 + 사각 배경)
- 폰트: 검정색 볼드체 영문
- 컬러: 흰색·파랑·검정의 조합으로 인지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사용자들은 “이건 토스다” 하고 직관적으로 인식했어요. 그리고 이 공식을 실제 디자인에 적용했죠.

사례 1. 토스 10주년 캠페인 ‘10 to 100’

파란 배경에 흰 글자와 흰 로고 대신, 흰 바탕 + 검정 글씨 + 파란 로고조합을 메인으로 사용했어요. 사용자들이 가장 ‘토스스럽다’고 인식하는 구성을 반영한 거죠.
사례 2. 토스페이 결제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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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페이 결제 화면에서도 파란색 배경 시안을 과감히 걷어냈어요. 대신 흰 바탕 위에 검정 폰트와 파란 로고를 조합한 시안을 채택했죠.
UX리서처로서 다시 생각해 본 것
브랜드 관점의 리서치는 다른 리서치와 다르게, 명확한 불편이나 문제를 바로 드러내주지 않아요. 대부분 형태가 없는 감각·이미지·인식 같은 추상적인 요소를 다루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이 형태가 없는 감각, 이미지, 인식 같은 ‘추상’의 세계를 다루기 때문이죠. 그래서 리서처에게는 항상 이런 간극이 남습니다.
이게 실제 프로덕트에서는 어떤 의미로 연결될까? 내가 발견한 인사이트는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저 역시 이런 고민을 오래 해왔어요. 이번 리서치는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탐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걸 오프라인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특히 3가지를 신경썼어요.
- 리서치의 목적을 분명히 하기
단순히 어떤 로고를 선호하는지를 묻는 것보다, 그 로고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의했어요.
- 더 작은 요소로 쪼개서 질문하기
“우리 브랜드 이미지 어때요?”는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폰트·컬러·모양 같은 구체적 요소로 분해해 물어보니, 더 선명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어요.
- 말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행동으로 확인하기
심상을 확인할 때는, 말로 하는 설명보다 사용자가 손으로 그린 그림 한 장이 더 강력한 힌트가 될 수 있어요.
이건 거창한 원칙이라기보다, 추상적인 컨셉을 실제 결과물로 연결하기 위해 몸으로 배운 방식에 가까워요. 이번 사례가 그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