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8가지 라이팅 원칙들
UX 라이팅에서는 모든 팀원이 같은 기준으로 글을 쓰는 게 중요해요. 토스에는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인프라가 준비돼있어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토스 라이팅 시스템
피라미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추상적인 개념에서 구체적인 개념으로 내려오는 거예요. 가이드라인과 템플릿, 시스템은 지난 아티클 <가이드라인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방법> 에서 살짝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코어밸류와 프린시플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라이팅 코어밸류
코어밸류는 말 그대로 가장 핵심적인 가치예요. 우리 제품,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죠. 보이스톤을 얘기할 때 보이스와 톤의 차이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보이스는 목소리예요. 저희가 멀리서 누가 “안녕~”이라고 했을 때 목소리를 듣고 제 친구인 걸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목소리는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에 가까워요.
반면 톤은 애티튜드, 태도에 가까워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목소리가 바뀌지는 않잖아요. 근데 말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죠. 친구한테는 “야, 이거 좀 해줘.” 하는데 회사에서는 “OO님, 이것 좀 부탁드려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이런 것을 톤이라고 해요.
코어밸류는 둘 중에 보이스를 만드는 규칙에 가까워요. 비교하자면 사람의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형용사 형태일 때가 많고, 추상적인 개념이에요.
토스에는 다섯 가지 라이팅 코어밸류가 있어요.
Clear 명확한
첫 번째 가치는 Clear예요. 명확한 글쓰기란 뜻이죠. 문구를 작성할 때 단어의 의미가 어렵거나 모호하지는 않은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인지를 점검해요. 정확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메이커가 아닌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Concise 간결한
두 번째 가치는 Concise예요. 간결한 글쓰기란 뜻이죠. 사용자는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읽지 않아요.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스캔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내용만 필요한만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Casual 친근한
세 번째 가치는 Casual이에요. 친근한 글쓰기란 뜻이죠. 토스의 보이스톤이 다른 서비스와 구분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치예요. 금융이나 IT 업계에서 쓰던 어려운 용어와 딱딱한 뉘앙스를 쉽고 친절하게 고쳐 쓰고 있어요.
Respect 존중하는
네 번째 가치는 Respect예요. 존중하는 글쓰기란 뜻이죠. 제품을 만들다보면 당장 클릭하게 만들고, 전환시키고 싶은 마음에 코스트를 숨기거나 혜택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고 싶을 때가 있어요. 신뢰를 쌓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쉽죠. 당장의 이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진실되고 사용자를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해요.
Emotional 공감하는
다섯 번째 가치는 Emotional이에요. 공감하는 글쓰기란 뜻이죠. 신뢰를 쌓을 때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죠. 토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사용자가 느낄 감정에 공감하고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요.
라이팅 프린시플
토스에는 여덟 가지 라이팅 프린시플이 있어요. 코어밸류를 실제로 문장에 녹여내기 위해서 지향하는 원칙들이죠. 각각의 원칙들은 모두 코어밸류에서 기반한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라이팅 코어밸류 중에는 concise라는 항목이 있는데, ‘간결하게 쓴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 거지?’ 라고 궁금할 수 있잖아요. 그때 ‘의미 없는 단어를 없애자.’ 라는 한 층 더 구체적인 형태로 가공하는 거죠.
가이드라인과 다른 점은, 프린시플만으로는 이 문장이 옳다 그르다를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대신 전반적인 방향성을 정하는 역할을 하죠. 이를테면 ‘의미 없는 단어를 없애자’고 제시하는 게 프린시플이라면, ‘[혹시]는 의미 없는 단어다’라고 결정하는 게 가이드라인이죠.
Predictable hint
다음 화면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있는가?
다음 화면을 예상할 수 있는 문장을 씁니다. 사용자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때 충분한 힌트를 줘야 해요. 종종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설명하느라, 당장 다음 화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용자에게 밸류를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과하면 사용성을 해칠 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다른 곳에서 후불결제 하기]라는 버튼을 눌렀더니 자신이 쓰는 브랜드를 제보하는 설문 조사 화면이 나왔어요. 토스는 그 설문을 받아서 새로운 브랜드를 제휴하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제휴가 되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브랜드에서 후불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장 다음 화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Weed cutting
의미 없는 단어를 모두 제거했는가?
토스에서는 넣든 빼든 의사 전달에 영향이 없는 단어를 잡초라고 불러요. 작은 모바일 화면 안에서는 문장 안에 자라있는 잡초들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는 모바일 앱을 쓸 때 읽지 않아요. 스캔하죠.
사용자가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써야 해요. 단,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이는 것보다 의미 없는 단어와 문장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해요.
[앞으로]라는 단어는 이 문장에서 넣어도 그만, 빠져도 그만인 단어죠. 굉장히 소소하지만, 이런 작은 잡초들을 뽑는 것부터가 간결한 라이팅의 시작이에요.
Remove empty sentences
의미 없는 문장을 모두 제거했는가?
Weed cutting이 문장 안의 잡초를 뽑는 원칙이라면 이 항목은 화면 안의 잡초, 즉 의미 없는 문장을 뽑는 거예요. 한 화면 안에서 똑같은 말을 불필요하게 반복해서 쓰지 않는 거죠.
공간이 비어보인다거나,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문구를 쓰는 것도 피해야 하고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제목에서 충분히 이야기했음에도, 종종 뭔가 허전해보이는 느낌에 의미 없는 설명을 덧붙일 때가 있어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포함이고요. 그런 텅 빈 문장들은 사용자가 정말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데에 방해가 돼요.
Focus on key message
정말 중요한 메시지만 전달하고 있는가?
메이커는 제품의 맥락을 많이 알고 있다보니 가끔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설명할 때가 있어요. 사용자에게 당장 필요한 정보가 아닌데도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거죠.
문제는 이런 압박이 사용자에게는 글을 읽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에요.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지금 꼭 확인해야 하는 내용만 추려서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그 달의 원금과 이자를 자동 이체로 갚은 뒤에, 추가적으로 상환하고 싶을 때 보게 되는 화면이에요. 기존 안에서는 여러 내용을 설명하긴 했지만 그래서 사용자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죠.
자세히 읽어보면 두 선택지의 차이는 금액을 직접 입력하는 것과 다음 달에 내야 할 금액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것이었죠. 모든 맥락을 설명해주는 것만 친절한 게 아니라, 때로는 정보를 생략해서 필요한 내용만 알려주는 것이 더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일 때가 있어요.
Easy to speak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쉽게 표현합니다. 일상에서 구두로 쓰이지 않는 단어나 금융, IT 업계에서만 쓰이는 전문 용어를 최대한 줄여, 별도의 학습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직관적으로 써야 해요.
한 문장 안에는 가능하면 하나의 메시지만 담아서 짧은 호흡으로 한 번에 읽을 수 있도록 쓰고요.
이 원칙의 핵심은 Easy to read가 아니라 speak이라는 점이에요. 눈으로 읽었을 때 어색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어색한 문장이 있어요. 한자어를 쓰거나, 문어체를 쓰거나, 호흡이 지나치게 긴 문장들이죠.
Suggest over force
특정 행동을 강요하거나 공포감을 주고 있지 않은가?
권유와 강요는 다릅니다.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게, 사용자를 존중하는 문장을 써야 해요. 사용자에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강요하거나 협박하지 않아야 해요.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도 피해야 해요.
계좌를 개설하는 도중에 나가는 사용자에게 어떤 안내를 해야 할까요? 물론 사용자가 놓칠 수 있는 혜택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게 ‘이 혜택을 놓치면 손해보시는 거예요’라는 뉘앙스를 함께 전달해서는 안되겠죠. 혜택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사용자가 온전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뉴트럴한 톤으로 문구를 바꿨어요.
Universal words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모두에게 무해한가?
모두가 알아 들을 수 있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장을 씁니다. 연령, 교육 수준 및 종사 업계에 따라 이해도가 다른 용어를 지양하고, 정보 진입 장벽을 높이는 단어는 쉽게 바꿔야 해요.
이 원칙은 보통 유행어, 은어, 밈 등을 쓸 때 많이 어겨지는데요. 이 원칙을 지키면서도 올드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세련된 위트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특정 사용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유행어보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문구를 쓸 수 있어요.
Find hidden emotion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에 공감했는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전달받는 순간 사용자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어요. 정보 뒤에 숨은 감정을 생각해보며, 직관적인 문장을 넘어 공감하는 문장으로 사용자와 유대감을 만들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대출 만기 푸시가 있어요. 한 번은 제가 다른 은행 앱에서 대출을 다 갚은 적이 있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이 대출 계좌가 사라져버렸어요. 매달 꼬박 꼬박 갚았던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상환은 그저 대출이 사라졌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보상처럼 다가오는 순간이었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토스에서는 대출을 모두 상환하는 순간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어요. 이 푸시를 받아 본 사용자 분들이 “힘이 됐다”라는 후기를 많이 남겨주셨었어요.
라이팅 시스템은 살아있는 유기체
라이팅 프린시플이 처음부터 여덟 가지는 아니었어요. 네 가지로 시작했다가 잘 지켜지는 원칙은 없애고, 새로운 원칙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프린시플이 완성되었죠. 코어밸류나 프린시플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없애거나 더하면서 발전할 수 있어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요.
예를 들어 Weed cutting 과 Remove empty sentences, Focus on key message. 이 세 가지 원칙은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간결한 글쓰기가 목적이죠. Weed cutting이 잘 지켜지면서 토스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간결함을 추구하게 됐어요.
그래서 파생된 두 가지 원칙을 추가하게 됐어요. Weed cutting만 있을 때는 ‘모든 잡초를 뽑자!’였다면, 지금은 Weed cutting은 문장 안의 잡초를, Remove empty sentences는 화면 안의 잡초를, Focus on key message는 화면 간의 잡초를 없애는 것으로 좀 더 뾰족하게 정의해서 쓰고 있죠.
여러분의 제품에는 어떤 프린시플이 필요한가요? 토스의 프린시플을 대입해봤을 때 이미 잘 지켜지는 것도 있고, 더 세부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제품에 꼭 맞는 라이팅 원칙들을 발견하게 되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