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디자이너에 의한, 디자이너를 위한 채용 설계하기
지난 6월, 토스 디자인 챕터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챌린지를 열었어요. 새로운 채용 형식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었는데요. 토스가 왜 디자이너 채용으로 챌린지를 열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지원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이전에도 토스 디자인 챕터는 디자이너 채용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어요. 바로 2020년부터 시작한 ‘포트폴리오 없는 디자이너 채용’ 전형이에요. 채용의 첫 단계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필요 없이 문제 해결에 대한 5가지 질문과 1장의 첨부 이미지로 지원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는 이직이나 취업을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가 첫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때문에 포트폴리오 제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죠.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지 못한 경우에는 역량과는 무관하게 포트폴리오 구성이 힘들어요. 또,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고 해도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지원을 미루는 경우도 생기죠. 저희는 지원자분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깊이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었어요.
핵심적인 5가지의 질문은 지원자분들의 포트폴리오 제작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줄여주면서 문제 해결 역량을 파악하기에 충분해요. 그리고 프로젝트에 관한 상세 자료는 1차 통과 후에만 직무 인터뷰를 위한 자료로 요청드려요. 지금까지도 이 전형으로 좋은 분들을 계속 모시고 있죠.
하지만 2년을 지속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어요. 여전히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토스에 지원하려면 엄청난 프로젝트 경험과 경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지원자의 물리적 허들은 없앴지만, 심리적인 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프로젝트 성격상 보안 이슈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요”“UI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쏟느라 제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여유가 없어요.”“현재 재직중인 곳이 사용자 관점에서 UX를 설계하기 어려운 조직이에요.”
그래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잠재력과 역량은 충분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로 뽐낼만한 경험과 기회가 부족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작업이 부족하다면 우리가 그 작업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과제 전형이에요.
지원자 관점으로 과제 만들기
하지만 디자인 과제가 있다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고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 토스의 디자이너 과제 전형은 기존 업계의 과제 전형과는 다르게 만들어야 했어요. 단순한 지원자 역량 검증이 아니라 지원자의 심리적, 물리적 허들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에요.
온전히 지원자분들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0부터 100까지 배려하자는 마음으로 과제를 설계했어요.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한 점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어요.
1. 과제 수행 주말 포함 60시간
시간만 보면 너무 짧은 거 아니야? 싶을 수 있는데요. 보통 업계의 과제 전형은 포트폴리오 서류 통과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져요. 하지만 토스의 과제 전형은 과제 제출이 우선이라 합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원자분들의 시간을 많이 뺏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재직자분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과제를 수행하실 수 있게 만들었죠. 과제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고 안내했는데요. 불필요한 일에 공들이지 않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과제의 힌트예요.
2. 가상 서비스 문제 해결 과제
과제는 내가 배달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는 가정으로 시작해요. 단순히 테스트의 느낌이 아니라 우리의 동료로 일을 함께 시작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금융의 문제 해결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서비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어요. 오로지 이 과제 전형을 위해 가상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요. 실제로 써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자분들이 최대한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배달 앱으로 정했어요. 특정 앱의 문제가 아닌 통상적으로 배달앱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익숙하면서 불편한 경험을 편집했죠.
지원자분들이 과제를 보며 막연함을 느끼지 않고 바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과제 개선 범위를 제한했는데요,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특정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도 너무 작게 느껴지지 않게 시나리오를 짰어요. 그리고 의도적으로 비즈니스 목표와 이해관계 및 개발 제약사항들을 제시하지 않았어요. 기획할 때, 문제는 분명하지만 솔루션은 다양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지원자분들의 성향과 관점에 따라 문제가 다르게 풀이되길 원했거든요.
3. 과제 수행을 위한 디자인 에셋 제공
상황만 실제와 유사한 게 아니라, 실제 직무 환경과 비슷해야 더 합리적으로 솔루션을 낼 수 있겠죠?
토스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GUI 디테일에 시간을 쓰지 않고 작업 시간 대부분을 제품의 본질을 고민하고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원자분들도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 에셋을 여러 버전으로 모두 만들어 제공해드렸어요.
과제 수행 시간도 60시간이기 때문에 지원자분들이 시간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죠. 심지어 장표 레이아웃을 어려워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과제 템플릿 예시 또한 만들었어요.
과제 평가 기준
보내주신 소중한 과제물들은 한 명의 취향과 의견으로 평가되지 않게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여러 명의 디자이너에게 각각 검토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검토 전에 아래와 같이 PASS 기준을 싱크했어요.
- UX 오류를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제품 전체 경험을 고려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했는가?
- 문제 정의 → 개선안 → 성과가 논리적으로 연결되며 설득력 있는가?
-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원자의 뚜렷한 강점이 있는가?
여러 단계에 걸쳐 검토하다보니, 최종 과제 합격한 과제는 최대 5명의 디자이너에 의해서 검토되었더라구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합격하지 못한 과제들도 일일이 재검토했어요.
과제 전형 성과
결과적으로 토스에서 진행했던 채용 이벤트 중에서 단일 직무로는 가장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어요. 지원자의 80%는 이전에는 지원하지 않았던 최초 지원이었죠. 목표대로 지원자의 심리적, 물리적 허들을 낮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설문 결과를 보니 감사하게도 채용 전형 의도를 잘 알아봐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오로지 포트폴리오에 의해 지원하시는 분들의 역량이 좌우되지 않는 것, 과제를 통해 잠재적 역량을 파악하고 싶었던 저희의 의도 그대로요.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보다 늘 쉽게 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오로지 지원자가 생각하는 문제점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을 묻는 것이라 혼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제라서 좋았어요””과제는 직무맥락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비스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을 하는 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본분이니까요.”
많은 지원자분들이 짧은 시간에 밀도 높은 솔루션을 내주셔서 하나하나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불가피하게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지 못했지만, 이 채용 여정 자체가 지원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고심 끝에 과제 파일을 공개하려고 해요! 과제의 일부를 편집했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지원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과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실 수 있어요.
저희는 감사하게도 이번 토스 프로덕트 디자이너 챌린지를 통해 이전에는 모실 수 없었던 디자이너분들을 모실 수 있었어요. 처음 하는 과제 전형이라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는데요, 주신 의견을 모두 소중히 귀담아 앞으로 더 좋은 방식으로 많은 분을 모실 수 있도록 토스 디자인 챕터는 지원자 입장에서 계속 노력하고 고민할게요.
지원자도 채용 서비스의 사용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