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이 들어와도 999만 명이 나가는 문제, 어떻게 해결했을까 | 언더커버 사일로 비하인드 5화: 계좌 사일로
챌린저스 여러분, 언더커버 사일로의 마지막 여정, ‘계좌 사일로’ 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전의 네 가지 사일로가 모든 서비스가 겪는 보편적인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편은 ‘토스는 금융 앱이다’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수많은 규제와 제약 속에서, 토스마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시간이 될 텐데요. 토스의 가장 근본적인 고민이 담긴 마지막 과제,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가장 토스다운 문제, 가장 어려웠던 출제
언더커버사일로의 마지막 화는 ‘계좌 사일로’였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토스는 금융 앱이니까, 금융의 본질을 다루는 사일로 하나는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금융 기능은 관련된 사전 지식이 너무 많이 필요했어요. 첫 화였던 인플로우 사일로는 ‘신규 유저 확보’라는 보편적인 과제였고, 만보기는 ‘비용과 지속가능성’, 페이스페이는 ‘UX와 사용성’, 고양이는 ‘리텐션’에 집중했죠. 이 네 가지를 합치면 사실상 프로덕트의 전 과정을 훑는, 모든 메이커가 공감할 만한 문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송금, 카드, 결제 같은 금융 도메인으로 들어가려고만 하면, 수많은 규제와 절차의 벽에 부딪혀 문제 출제가 번번이 막혔습니다. 챌린저들이 문제 하나를 제대로 풀기 위해, 몇 시간씩 사전 지식을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토스가 이미 찾은 정답을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공평했죠. 그건 저희가 가진 모든 배경지식을 그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토스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내기로 하다
그래서 저희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기로 했습니다. 만약 토스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내면 어떨까?
그러면 챌린저들이 저희의 선택과 일치하는 정답을 내야 할 필요가 없어져요. 문제를 풀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지식만 드리고, 토스의 방식을 모르는 외부 메이커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보게 하는 거죠.
이런 고민 끝에, 계좌 사일로가 가진 수많은 성공 경험을 과감히 제쳐두었습니다. 대신 규제 속에서도 신규 계좌 개설 인플로우와 전환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 바로 이 오픈 퀘스천이 언더커버사일로의 마지막 과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과제: 당신도 챌린저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언더커버 사일로에 참여한 챌린저와 동등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보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저희가 마주한 두 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먼저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계좌 사업의 본질상 리텐션은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단기간에 여러 개의 계좌를 만드는 것은 제한되어 있죠. 사실상 한 명의 사용자는 평생 단 하나의 계좌만 만든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한 사용자를 다시 불러오는 리텐션 지표보다는, 일단 들어온 사용자가 실제로 계좌를 개설했는지를 보여주는 전환율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둘째, 그런데 그 전환율이 너무나도 낮습니다. 토스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쓰고 있고, 앱의 가장 좋은 자리인 홈 화면과 계좌 탭에 ‘계좌 만들기’가 있는데도 사용자들은 계좌를 만들지 않습니다. 계좌 개설 버튼을 누른 뒤 제휴사 페이지로 넘어가는 과정은 토스 앱 밖의 여정이라, 저희가 그 프로세스를 직접 개선할 수도 없어요.
물론 저희는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여러 제휴사를 직접 찾아가 설득해서 입점시켰고, 저희가 고칠 수 있는 UX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환율이 낮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1,000만 명이 ‘계좌 만들기’ 기능에 들어왔는데, 단 1만 명만 계좌를 개설한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999만 명의 사용자를 그대로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계좌 만들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계좌는 모든 금융 생활의 첫 번째 단계니까요. 본인의 돈을 직접 관리하는 경험도, 내 이름으로 된 계좌 하나가 있어야 시작되는 일이잖아요. 아무리 전환율이 낮아도, 저희는 이 숫자를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해야만 했습니다.

문제 정의: ‘전환율에 강한’ 토스에서, 왜 계좌만은 예외였을까?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서는 챌린저들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번 코멘터리에서는 저희 ‘계좌 사일로’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계좌 개설 과정은 대부분 은행의 프로세스라 저희가 직접 건드릴 수 없었어요. 그렇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 즉 토스 앱 화면 내의 전환율이라도 확실히 챙겨야 했죠.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전환율에 무척 강한 토스 서비스에서, 유독 계좌 만들기의 전환율은 너무나도 저조했거든요. ‘어떻게 이런 낮은 숫자가 나올 수 있지?’ 저희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수많은 계좌가 모여 있는 리스트 화면부터 손봤습니다. 각 계좌의 특징과 혜택이 한눈에 잘 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퍼널 개선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리스트에서 특정 계좌를 선택하는 비율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돌파구: ‘행운 퀴즈’에서 얻은 낙수효과
내부 전환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뒤, 저희는 본격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데려오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행운 퀴즈’라는 서비스로부터 큰 힌트를 얻었죠.
행운 퀴즈는 사용자가 퀴즈를 풀고 포인트를 받는 서비스인데, 정답을 알려면 특정 페이지로 이동해서 내용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마침 많은 금융사들이 이 행운 퀴즈를 활용해 저희 계좌 서비스 페이지로 사용자들을 보내주셨고, 저희는 퀴즈가 열릴 때마다 낙수효과처럼 저희 페이지로 넘어온 사용자들의 계좌 개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바로 ‘‘상품 상세 퀴즈’입니다. 행운 퀴즈와 거의 유사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어요. 모든 사용자에게 퀴즈를 보여주는 대신, 계좌 개설 확률이 높은 사용자를 따로 추려 그들에게만 보여주는 타겟팅을 한 겁니다. 이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개설률이 약 3배에서 4배 이상 오르는 효과를 보았죠.
PO인가, AM인가: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고민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사실 남모를 고민도 있었습니다. 초반 6~7개월 동안은 새로운 제휴사를 만나 설득하고 계약하는, 영업에 가까운 업무에 많은 시간을 썼어요. 낮에는 계속 미팅을 하고, 밤에 회사로 돌아와서야 PO로서 진짜 해야 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죠. ‘내가 지금 PO가 아니라 AM(어카운트 매니저)으로 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정체성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의 피드백을 듣고 그 모든 걱정이 사라졌어요. 제가 직접 제휴사를 만나고 오는 모습을 보며, ‘그 누구보다도 이 산업을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거든요. 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에, 더는 정체성으로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돌파구: ‘미완성’을 완성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상품 상세 퀴즈’가 성공하며 상품별 실적은 계속 올랐지만, 이 효과도 한두 달을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한 명의 사용자가 여러 번 참여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저희는 곧바로 다음 아이템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힌트는 바로 ‘퀴즈만 풀고 계좌 개설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무작정 다시 계좌 개설을 하라고 유도할 수는 없었기에, 저희는 화면을 ‘미션 완수’라는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어요. ‘퀴즈를 풀었으니, 다음 미션도 완수해서 이 여정을 끝내보세요!’ 라고 유도하는 방식이었죠.
놀랍게도, 디자인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계좌 개설 전환율이 다시 오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가설을 하나 세우게 됐습니다. ‘사람은 미완성된 것을 보면, 그것을 완성시키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
처음에는 9칸짜리 ‘빙고’를 떠올렸지만, 9개의 미션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6개로 수를 줄이는 대신 ‘퍼즐’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고안했습니다. 앞의 5개 퍼즐 조각은 구경만 해도 얻을 수 있을 만큼 매우 쉽게,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은 반드시 계좌 개설을 해야만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죠.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런칭했는데,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6개의 퍼즐을 다 채우기 위해 정말 많은 사용자가 계좌 개설까지 완료했고, 이전에 성공했던 ‘상품 상세 퀴즈’보다 2~3배 더 높은 매출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에도 거의 한 달 치 매출이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효과를 보았죠.
성공의 공식: ‘계속 실패하기’
사실 퍼즐을 완성했을 때 주는 리워드를, 그냥 계좌 개설 시 바로 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게 퍼널은 더 짧으니까요. 그럼에도 저희가 ‘퍼즐’이라는 단계를 추가한 이유는, 미완성된 미션을 완성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적 욕구가 단순한 리워드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가 세운 가설이 틀릴 수도 있었죠. 그래서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아주 간단한 MVP 버전으로 먼저 시도했습니다.
저는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요. 뭐라도 해보면 실패하거나, 아주 낮은 확률로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결국 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 바로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계좌 사일로의 비하인드 코멘터리, 재미있게 보셨나요? 저희가 ‘퍼즐 미션’이라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성공 공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서 더욱 생생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섯 편에 걸친 저희의 러닝 쉐어가 여러분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언더커버 사일로 비하인드 코멘터리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Words 배효진 Edit 김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