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가장 큰 위기일 때, 문제 없는 서비스 성장시키기 | 언더커버 사일로 비하인드 4화: 고양이 사일로

#언더커버사일로
김서연/김태성
2025년 8월 25일

지난 만보기 사일로 편의 치열한 생존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존폐의 위기에서 서비스를 구해야 했던 만보기와 달리, 이번 ‘고양이 사일로’ 편에서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서비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용자 특성을 파악해 리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설과 UI를 설계해야 했던 이번 과제. 겉보기엔 건강하기만 한 ‘고양이 키우기’를 저희는 어떻게 더 성장시켰을까요? 그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고양이'는 어떻게 토스의 무기가 되었나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부터 답해 드릴게요. 대체 토스는 왜 고양이를 키우게 된 걸까요?

당시 저희의 목표는 ‘토스페이’ 서비스의 결제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토스 앱에서 결제까지 이어지기에는 여러 허들이 있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실험’으로, 사용자의 앱 참여(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중 ‘키우기’라는 아이디어가 채택됐어요. 사용자가 무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앱에 ‘자주’ 들어와야만 하니까요.

그럼 무엇을 키울까? 식물, 강아지 등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당시 프로덕트 디자이너분이 ‘고양이 집사’셨어요. 이왕 실험하는 거, 가장 잘 아는 고양이를 모티브로 삼게 된 거죠. 실제로 지금 있는 검은 고양이는 그 디자이너분의 고양이 ‘흑미’를 닮았답니다.

토스팀 리더 승건님을 설득하다

그런데 ‘고양이 키우고 간식받기’ 서비스를 처음 공개했을 때, 토스팀 리더 승건님으로부터 뜻밖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토스가 지향하는 프로덕트 원리와 다르다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고양이를 키우려면 ‘밥 주기’와 ‘놀아주기’를 둘 다 해야 하고, ‘밥 주기’로 경험치를 일정 수준 높인 상태에서 ‘놀아주기’를 해야만 경험치가 배로 높아지는 구조였어요. ‘심플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토스의 원칙에 이런 복잡한 규칙들이 위배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 당시 고양이 키우기 사일로원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건 토스페이 결제 전환율과 사용자 인게이지먼트가 정말 높아지는지를 검증하려는 ‘실험’입니다. UI는 얼마든지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먼저 ‘키우기’라는 형식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부터 보자는 거였죠. 이 설득을 통해 저희는 계속해서 프로덕트를 실험하며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서비스,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까?

모두 아시겠지만, ‘고양이 키우고 간식받기’는 토스의 인기 서비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고양이 키우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사일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조금 독특했습니다. 바로 “서비스에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성장을 시키지?” 라는 점이었어요.

고양이 키우기는 겉보기에 무척 건강한 서비스였습니다. 이미 인기도 많고, 리텐션도 좋았으며, 매일 방문하는 사용자가 55%에 육박했죠. 단순히 ‘매일 방문하는 사용자를 더 늘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과제였습니다.

우리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프로덕트 메이커로서 여러분은 유저 그로스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하시나요? DAU(일일 활성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신규 가입자를 늘리거나, 떠났던 사용자를 다시 불러오거나, 혹은 가끔 방문하는 사용자를 매일 오게 만드는 방법이 있죠. 저희 고양이 키우기 사일로는 세 번째, 즉 일주일에 4일 이하로 방문하는 사용자를 매일 방문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리텐션을 개선하기로 결정하고, 저희는 수많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실, 수많은 실패한 실험들이 있었죠. 리텐션을 올리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팀원과 커피챗을 하는데, “개선되는 게 없는데, 이 실험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라는 말을 듣게 됐어요. 그럴 때면 ‘우리가 지금 기회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삽질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바로 그때, 토스팀 리더 승건님이 해주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토스에서는 14번 실패하고 15번째에 성공하는 것이 평균이다.” 그때 저희는 딱 7번 실패한 상태였어요. ‘아, 이제 겨우 반절 왔구나. 다시 도전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였죠.

모든 사용자가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게 하라

그 이후 성공했던 실험 중 하나가,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 나왔던 ‘야옹 제작소’를 밖으로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야옹 제작소는 고양이 홈 화면의 상단 메뉴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사용자들이 사료나 장난감을 받기 위해, 홈 화면에서 메뉴로 추가 진입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만 했죠. 저희는 리텐션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고, 사료나 장난감을 홈 화면에서 바로 받을 수 있도록 UI를 변경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전체 사용자 데이터만 봤을 때, 전후 차이가 거의 없는 실패한 실험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저희가 진짜 목표로 했던 ‘주 4일 이하 방문자’ 그룹을 쪼개서 보니,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UI 개선 하나만으로 그들의 리텐션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들은 드디어 매일 방문하는 로열 유저들처럼, 아이템을 공급받고 소비하는 핵심 행동을 동일하게 경험하게 된 것이죠. 이른바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기 시작한 거예요. 결국 프로덕트의 리텐션을 좋게 만든다는 것은, 모든 사용자가 이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아닌, ‘몰입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서 챌린저들이 제시했던 솔루션들도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희의 선택과 방향이 달랐을 뿐, 각각의 가설은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데 충분히 의미 있는 것들이었죠.

예를 들어, 챌린저들은 ‘로열 유저는 매일 모든 미션을 수행하고, 가진 아이템을 전부 소진하기 때문에 매일 방문하는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어요. 저희가 분석한 로열 유저의 핵심 행동은 (1)아이템을 공급받고 (2)아이템을 소비하는 것인데, ‘모든 아이템을 소진한다’는 부분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저희의 분석과 아주 다른 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로열 유저의 가장 중요한 행동이, 문제에 제시되었듯 아이템을 ‘공급받고 소비하고 다시 공급받는’ 그 순환의 사이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챌린저의 가설이 저희의 생각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언더커버 사일로를 시청한 모든 분들도 아시겠지만, 이 콘텐츠는 저희의 선택과 일치하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이 문제를 실제로 겪는 것처럼 몰입하여 사고하는 그 ‘전체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지금까지 고양이 사일로의 비하인드 코멘터리, 재미있게 보셨나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서비스에서 새로운 성장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저희의 여정이 여러분께도 흥미로운 자극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고민의 과정은 ‘언더커버 사일로’ 본편에서 더욱 생생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도 토스의 또 다른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일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 주세요!

Words 김서연 Edit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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