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피플 : 새로운 길을 만들 땐 내 선택을 믿는다

이현정
2025년 8월 28일

Product Designer 현정 님은 토스에서 계속 새로운 임팩트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B2B부터 광고, 이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사용자를 모으는 전략까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이 모든 길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없던 길을 스스로 만들어왔다는 것. 0에서 1, 그리고 1에서 100으로 키워가는 과정에서 현정 님은 어떤 마음으로 임팩트를 만들어왔을까요?

Q. 패션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셨어요. 어떠셨나요?

네, 정말 '패션 회사 막내' 하면 떠오르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봤어요. 피팅, 촬영 소품 구하기 같은 것들이요. 업무 강도는 괜찮았고 재미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어요. 급여는 낮고 소비문화는 강했거든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결정 구조였어요. 직급 높은 사람의 직관과 주관으로 모든 게 결정되다 보니, 이유 없이 "이 콘셉트로 가자"가 통하는 환경이었죠. 너무 비합리적이라고 느꼈어요.

Q. UX/UI 업계로는 어떻게 오게 되셨어요?

UX는 사용자를 분석하고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일이잖아요. 적어도 패션보다는 훨씬 논리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디자인 부트캠프를 들었죠. 처음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았어요. 과제가 주어지면 바로 답이 떠오르고, 선생님도 자주 짚어주셨어요. "이렇게 쉬운데 왜 다들 어렵다고 하지?"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그 6개월이 정말 행복했어요.

Q. 실무는 기대와 같았나요?

첫 실무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는데, 기대와는 좀 달랐어요. 사용자를 고민하기보단 예쁜 장표를 만들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죠. 합리성을 찾아 UX 업계로 넘어왔는데 여전히 비합리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옮겼어요. UX라는 개념이 해외에서 시작된 만큼, 그 근본에서 일해보고 싶었거든요. 초기 SaaS 스타트업이었는데, 처음엔 해외로 가기 위한 브리지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처음 '진짜 UX'를 경험했어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에서 일이 시작됐으니까요. 단순히 UI가 아니라 콘셉트와 브랜딩까지 고민하며 회사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때 처음으로 "0에서 1을 만드는 일"의 매력을 느꼈어요.

Q. 재미있었는데 토스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문화와 방향성이 바뀌는 게 힘들었어요. 처음엔 사용자를 고민하며 제품을 만들었지만, 점점 그런 환경이 아니게 됐거든요. UX를 하고 싶었는데 UX를 하지 못하는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품에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 모인 토스로 오게 됐어요.

Q. 토스 입사하고 나서는 그런 갈증이 해소가 되셨나요?

솔직히 처음엔 기대에 못 미쳤어요. ML팀의 인터널 제품을 맡았는데, 당시 팀이 막 만들어진 단계라 성과 증명이 더 시급했거든요. 디자인으로 직접 임팩트를 내기보단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게 중요했어요. 제가 기대했던 만큼 디자인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줄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희연 님 찾아가서 “저 일 더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애즈 플랫폼을 맡으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애즈 플랫폼은 광고주가 광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B2B 시스템이에요. 광고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ML 로직이 많이 쓰이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니, 사용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너무 복잡해서 쓰기 어려운 상태였거든요. 이 복잡한 시스템을 UX적으로 풀어내는 게 핵심 과제였죠.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였어요.

Q. 복잡해서 더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당시 토스에는 제대로 된 B2B 플랫폼이 없었거든요. "토스 최초의 B2B 성공 사례를 만들자"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어려운 고민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해보자"는 분위기 덕분에 즐겁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팀원들도 다 제품에 대한 애정이 깊고, 사용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고요.

결국 목표를 이뤄냈어요. 1,000명 이상의 광고주가 활용하는 플랫폼이 됐고, 다른 팀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였어요.

Q. 정말 제품에 대한 애정이 크셨겠어요.

네. 이제 1에서 100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갑자기 조직을 이동하게 됐어요. 제가 키운 아이를 두고 떠나는 느낌이었죠.

새로 맡은 ‘혜택 탭’은 지금의 만보기, 머니 알림, 라이브 쇼핑 등을 운영하는 사일로였는데, 당시엔 명확한 정체성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황무지였고, 우리 손으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했어요.

Q. 그런데 그래프에서는 제일 높아요.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찾아가셨나요?

초반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없었어요. 그러다 광고를 붙여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매출이 중요한 팀이었거든요. 특히 만보기는 당시 적자가 20억 정도 나는 서비스였어요. 여기에 광고를 붙여 흑자로 전환시켰고, 결국 100억 흑자를 만들었어요.

토스에 없던 임팩트였기에 수치가 주는 도파민이 엄청났어요. B2B에선 결과를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B2C에선 반응이 바로 오니까 더 몰입하게 됐어요.

Q. 정말 대단한 임팩트네요.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사실 내부적으로도 챌린지가 많았어요. 토스는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니까요. 저 역시 UX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광고를 붙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희 팀의 미션은 매출을 만드는 것이었고,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고 광고를 붙일까"를 고민했어요. 고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먼저 실행하고, 방향을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을 택했어요.

무엇보다 팀원 모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는 태도가 강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어요.

Q. 그래프를 보면, 토스에 오시고 나서는 거의 쭉 재밌으셨네요.

네. 토스에 와서 정말 병이 나았어요. 저는 없는 길을 개척하는 걸 좋아하는데, 토스는 그런 개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과정이 힘들어도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라는 확신이 있으면 즐겁더라고요.

Q. 앞으로는 또 어떤 걸 만들어 가고 싶으세요?

지금은 그로 스팀에서도 일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토스에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유지하는 팀인데요. 광고 때와는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젠 돈을 쓰지 않고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매출 압박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걸 깊이 고민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온 거죠. 이것 역시 또 하나의 개척처럼 느껴져요. 이제 진짜 장인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5년 전의 현정 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네 선택이 맞다. 너의 빠른 판단을 믿어라."

디자인 에이전시를 그만둔 것도, 외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거의 일주일 만에 결정한 일이었어요. 돌아보면, 제가 다양한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건 빠른 판단과 실행 덕분이었어요.

망설이기보단 일단 해보는 것. 결정과 실행을 빠르게 하면, 이후에 방향을 만들어가면 되거든요. 그래서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었고, 실패해도 금방 회복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쌓은 모든 경험이 결국 빠른 실행 덕분이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 넌 언제든 해낼 거야!

Interviewee: 이현정 Interviewer & Editor: 유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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