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피플: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사업개발, 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풀스택, 프론트엔드, 서버 개발까지 다 해보신 지민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끝 없는 도전과 변화, 지민님은 매 순간 어떤 태도로 커리어를 대했을까요? 토스 피플 글을 통해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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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에서 하고 계신 일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토스증권 마진 트레이딩 사일로에서 서버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요. 저희 사일로는 외상 거래(미수 거래) 와 같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만들고 있어요. 돈이 없어도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거죠. 주식에서 얻은 수익으로 빌린 돈을 갚고요. 최근에는 주식 담보 대출이라는 새로운 기능도 준비하고 있어요.
어떻게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나요?
학부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었는데요. 처음에는 대학원을 가려고 진로를 정해두고, 공군 학사 장교로 군복무를 시작했어요. 근데 가보니까 제가 큰 조직이랑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계속 더 나은 방식으로 일을 하고, 무언가를 발전시키고 싶었는데 큰 조직에서는 안전하고 해오던 방식을 선택하는 게 미덕이더라고요.
그러다 하고 싶은 걸 생각해봤을 때 쥐뿔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IT 창업을 꿈꿨어요(웃음). 일단 개발은 모르니까 친구랑 창업자 쫓아다니고, 해외 밋업도 가보고, 아이템도 선정해보고… 많은 일을 했죠. 근데 그렇다고할 제품은 결국 하나도 안 나오고 엎어졌어요. 결국 “스타트업에 가서 IT 창업에 대해서 배우자”라는 선택을 했어요.
어떤 스타트업에 들어갔나요?
IoT 가 뜨고 있을 때라 관련된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뭐든지 해봐야겠다” 싶어서 사업개발을 담당했어요. 거기서 열심히 개발자랑 디자이너랑 친해져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해봤어요. ‘오모’라는 알림 서비스도 만들었고요. 이 회사에서 많이 배웠지만, IoT 라는 기술에 대한 한계가 보였고, 새로운 환경에서 더 많은 성장을 하고 싶어서 이직을 했어요.
결혼 준비 플랫폼에 영업 직군으로 이직했는데요. 강남을 돌아다니면서 셀프 웨딩 촬영 스튜디오, 드레스샵, 웨딩홀 같은 곳을 영업했죠. 새로운 도메인을 알게 되, 매출이 없던 곳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게 재미있었어요. 저도 이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 준비를 했고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회사가 어려워지면 제가 제일 먼저 잘릴 거 같았어요(웃음). 전문성이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제가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요. 반면 옆에서 지켜본 개발자들은 어떤 기술을 써본 것만으로도 커리어가 쌓이고 성장에 후퇴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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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발을 배우기로 결심했나요?
네. 신혼여행 가서 고민하다가 개발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제가 레스토랑을 열고 싶으면 요리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되듯이, 나중에 창업을 하고 싶으면 개발을 알아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국비 개발 학원을 6개월 동안 열심히 다녔죠. 이때 제가 서른이었어요.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개발자가 되면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성장이 돈으로 보상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으쌰으쌰 했어요. 기술을 배워서 전문성을 키우는 게 더 커리어에 도움이될 것 같았고요.
문과 출신으로 개발을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문과 출신이라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개발은 공학이라기보다 실무용 기술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좋은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다고 개발을 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개발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개발 잘 하죠(웃음).
개발 학원을 마치고 개발 천재가 있다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만드는 회사를 들어갔는데, 예상과 다르게 개발을 배울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얼마 안 지나고 많은 일을 직접해볼 수 있을 거 같은 웹서비스 회사로 이직했어요. 이 시점에는 프론트 / 백엔드가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고, 인프라 / 데브옵스라는 직군이 없어서 제가 이것저것 다 하면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근데 이 회사도 11개월 정도 다니고 망했어요.
다음으로는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하는 회사로 이직했는데, 프론트엔드는 저 1명이었고 서버 개발자는 15명이었어요. 1:15로 일하게 된 셈이죠(웃음). 프론트엔드가 저밖에 없으니까 의사결정을 모두 혼자 했어요. “혼자서 할 수는 있네”라는 자신감은 생겼는데, 실력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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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회사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작은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걸 추천하나요?
네. 왜냐면 대부분의 개발자는 큰 회사에서 시작을 못 해요(웃음). 큰 회사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죠. 일단 개발을 잘 못할 때 돈 받고 개발하는 거 자체가 좋은 경험인 거 같아요. 개발은 어차피 혼자 공부를 많이 해야 되거든요. 근데 그게 돈 내거나 쓰면서 배울거냐, 돈을 조금이라도 받으면서 배울거냐의 차이 같아요. 라이브 서비스를 다루는 태도랑 토이 프로젝트하는 태도랑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요.
또 작은 스타트업에도 좋은 시니어가 최소 1~2명은 있어요. 실력 있는 시니어를 찾아서 옆에 딱 붙어서 배우면 돼요(웃음). 저도 웹서비스 스타트업에선 CTO 옆에서 많은 걸 배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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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에 입사한 계기는 있었나요?
개발자로써 무엇이든 ‘할 수는 있다’는 자신감은 생겼는데, 제가 남들보다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프론트엔드 개발 제일 잘하는 곳” 하면 떠오르는 토스에 지원했어요.
처음엔 토스가 충격적이었어요(웃음). 저는 직접 경험하면서 배운 지식은 많았거든요. 근데 여기 사람들은 개념적인 걸 다 알고 있더라고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술술 설명하는 거예요. 지식이 머릿속에 정리된 느낌.
프론트엔드 개발자뿐만 아니라 서버 개발자, 디자이너, PO, 데이터 직군 모두 1인분이상 하는 사람들만 있고요. 저는 이전 회사에서 일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살살해라”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근데 토스는 다들 그렇게 일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게 좋았아요. 디자이너, PO, 개발자가 마음만 먹으면 제품이 하루만에 뚝딱 나오는 게 재밌었어요. 근데 이 재미가 딱 4개월 갔던거 같아요.
4개월 뒤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카드 사일로에서 일하면서 토스신용카드, 토스머니카드 같은 제품과 함께 토스 로그인, 자동차 보험 등 주인 없는 서비스들을 서포트 했어요. 제품은 80개였는데, 프론트 개발자는 12명이었거든요. 깊은 고민보다는 난이도가 낮은 운영성 업무를 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토스증권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할 때 손 들고 갔어요. 웹기술로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과 토스앱에서 하나의 탭을 차지하는 게 챌린지 해보였어요. 근데 알고보니까 증권 팀이 일이 많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저만 간다고 했더라고요(웃음).
정말 할 일이 쌓여있어서 맨날 새벽까지 일하고, 프론트엔드 챕터(프챕) 리드도 맡았는데 재미있었어요. 1주 주기 라는 이벤트를 했었는데, 그때 모든 시스템이 터졌어요. 증권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 인증 안되고, 1원 인증도 안되고. 알고보니까 인증 기관들이 저희 트래픽을 못 받아 준 거예요. 그래서 그때 퍼널을 개선하고 쪼개는 작업을 기깔나게 했어요. 제품이 잘되니깐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임팩트가 있는지 명확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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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어떻게 프론트에서 서버로 옮기셨나요?
“다음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스증권에서의 경험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저는 흐트러지고 정리 안된 것들을 빠르고 타이트하게 정리하고 되게 만드는 걸 잘하고 좋아하는데, 같은 역할로 오래있었더니 도전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사실 퇴사하고 서버로 전향을 위해 공부를 할까 했는데, 회사에서 전향할 기회를 줬어요. 토스에세도 프론트에서 서버로 이동하는 게 흔한 건 아니에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신뢰를 많이 쌓아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3개월 동안 기술 인터뷰를 위해 죽도록 공부했어요. 강의도 듣고, 면접 예상 질문 뽑아서 꼬리 질문 2depth 까지 답변할 수 있게 준비했어요. 떨어지면 부끄러우니깐요(웃음). 다행히 면접에 합격해서 이제 1년 정도 서버 개발자로 일했어요. 전향하니까 다시 흰띠가 된 게 좋았어요.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서버와 관련된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고 프론트와 서버를 관통하는 지식들을 쌓고요. 서비스를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다는게 좋아요. 제가 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 있달까요?
마지막으로 5년 전 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요?
5년 전이라면 토스 입사 직전이네요. 어쩌면 연봉 협의하고 있었을 수도(웃음). 그때로 돌아가면 “고민 보다 행동이 중요하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할 거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저는 커리어를 계획해서 쌓은 건 아니고 그때그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들을 했던거 같아요.
보시다시피 회사를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는데 쌓고 엎고, 쌓고 엎고를 반복하니까 저만의 커리어가 어느정도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길은 가면 뒤에 있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단점이 없는 회사는 없지만 어디든 즐겁게 다닐 방법은 있어요. 아쉬운 부분보단 좋은 부분에, 바꾸지 못할 부분보단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 과감히 도전하며 더 재밌게 다닐 수 있는 이유들을 늘려가 보는 거죠.
그리고 “토스 가라”고 말 할 거 같아요. 토스는 5년 다닌 느낌은 안 들어요. 항상 다이내믹하고 재미있어요. 토스는 일 많고 힘들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고민을 했었는데, 직접 경험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의 기회들이 많으니까요!
Interviewee: 최지민 Interviewer & Editor: 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