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못생겨질 뻔했다 - 토스 프론트 2 제작기

류관준 · 토스플레이스 Industrial Designer
2026년 4월 9일

안녕하세요. 토스플레이스에서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를 만들고 있는 류관준이에요.

결제 단말기는 매일 마주치지만, 브랜드나 형태가 또렷하게 기억나는 제품은 많지 않죠. 토스에서 만드는 결제 단말기, ‘프론트’는 단순히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를 넘어, 높은 사용성과 심미성으로 기억되는 제품이 되길 바랐어요.

1세대를 출시한 이후 2년 반 동안 현장을 방문하며 관찰했어요. 사용 경험에서 놓친 지점이 보여서, 2세대 단말기에서는 그 불편한 지점을 정면으로 고치고 싶었죠. 만약 이 과정에서 완성도에 대한 집착 없이, 단순히 눈앞에 놓인 문제 해결에만 집중했더라면 토스 프론트는 하마터면 이렇게 출시되었을지도 몰라요. 한눈에 봐도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모습으로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중심으로 공유해 드릴게요.


문제 1. NFC를 더 편하게 쓸 수 없을까?

NFC는 카드나 휴대폰(삼성월렛·애플페이 등)을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기술이에요. 1세대의 NFC 위치는 오른쪽이었어요. 안테나 전파가 다른 부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위치가 오른쪽뿐이었거든요. 기술적으로는 안정적인 선택이었지만, 좁은 매대에서는 오른쪽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어요. 카드나 휴대폰을 태그하려면 단말기 오른쪽으로 손을 넣어야 해서 실제 결제가 어려웠죠. NFC를 전면으로 옮겨야 했어요.

문제는 디스플레이 뒤쪽이 금속이라서, NFC를 앞쪽에 넣어도 신호가 금속에 막혀 잘 안 잡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여러 방법을 고민해 봤죠.

시도 1 — 카드 리더기를 위로 올리고, NFC를 그 자리에 넣기

깔끔하고 미래적인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었어요. 하지만 사내 테스트를 해보니 카드 리더기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고, 카드 삽입 과정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특히 삽입 각도로 인해 손목에 부담이 컸고, 잘 휘어지지 않는 메탈 카드는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기능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사용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시도 2 — 단말기 위쪽 면적을 넓히기

단말기 상단을 넓혀 NFC 안테나를 배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전면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길어 보이면서 심미성이 떨어졌어요. 토스 프론트는 세로형 디스플레이 구조라, 제품 길이가 길어질수록 시각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느껴졌고요. 특히 카메라가 중앙 정렬에서 벗어나면서, 페이스페이나 바코드로 결제할 때 사용자가 기기 우측에 서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죠.

시도 3 — 카메라를 중앙에 두고, 그 주변에 NFC 안테나 넣기

사용성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고민한 시안이었지만, 카메라를 중심으로 NFC를 배치하면 전파 간섭이 발생해 카메라 화면이 떨리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 결과 바코드 결제와 페이스페이 인식률이 크게 떨어졌죠.

결국 NFC를 상단에 배치하는 두 가지 방식 모두, 심미성이나 기능성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어요.

몇 주간 NFC와 씨름하다 결국 질문을 바꿨어요.

"디스플레이 뒷면이 금속이 아니라면 어떨까?"

플라스틱이라면 금속과 달리 NFC 전파를 막지 않아요. 디스플레이 뒷면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면 가능한 문제였죠.

관건은 플라스틱이 금속만큼 디스플레이를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느냐였어요. 다행히 토스 프론트는 전면에 강화 유리가 부착되고, 이 넓은 유리 면이 본체에 밀착되는 구조라 뒤틀림 문제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어요. 플라스틱 후면을 제작하는 과정은 단가도 높고 까다로웠지만, 몇 가지 공정을 커스터마이징한 끝에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죠.

결국 프론트 전면에서 NFC 인식이 가능해지면서, 사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더 나은 해결책은 없을까?’라는 집요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죠.


문제 2. 고장 났을 때 사장님들이 직접 수리할 수는 없을까?

1세대 카드 리더기는 본체와 일체형이라, 고장이 나면 기기 전체를 수리해야 했어요. 수리에는 평균 일주일 이상이 걸려서, 매장 입장에서는 운영을 멈춰야 하는 큰 부담이 있었죠. 그래서 고장이 나면 수리를 맡기는 동시에, 다른 단말기로 바로 교체해 사용해야 했어요. 이 과정에서 대리점은 항상 여분 기기를 보유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재고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2세대에서는 카드 리더기를 누구나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했어요. 교체형 단말기들은 전반적으로 사용자 경험보다는 제조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디자인이 많았어요.

토스 프론트의 강점이 쉬운 사용성과 깔끔한 디자인인 만큼, 카드 리더기 교체 방식도 달라야 했어요. 별도의 구조물 노출 없이, 하나의 완성된 제품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그래서 누구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C타입 단자를 선택했어요. 제조 관점에서는 다소 까다로운 선택이었지만, 쉽게 조립할 수 있는 사용성을 고려한 결정이었어요. 별도의 고정 구조 없이도 단자 자체로 안정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에, 외관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었어요.


문제 3. 리더기를 더 쉽게 교체할 수는 없을까?

C타입 단자로 교체한 후 진짜 고민은 “카드 리더기를 어떻게 쉽게 빼낼 것인가”였어요.

C타입으로 끼워진 리더기를 다시 빼려면, 리더기 일부가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어야 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쉽게 리더기를 뺄 수 있거나 리더기가 빠져있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로 결제에 실패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버튼이나 레버로 밀어내는 방식도 고민했지만, 외관이 복잡해지고 오작동 가능성도 있어서 좋은 방법은 아니었어요.

결국 “뭔가를 추가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어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앞에서 끼우고 뒤에서 밀어 빼는 구조였어요. 하지만 기존 구조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어요. 뒷면에는 이미 전원선과 인터넷 단자가 있었어요. 리더기를 밀어낼 공간을 만들 수가 없었죠.

그래서 내부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고, 결국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선택을 했어요. 리더기를 밀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부 배치를 완전히 새로 설계했어요.

단자가 달린 회로를 기존처럼 수평이 아닌 제품 위쪽으로 기울여 재배치한 것이죠. 회로의 위아래가 뒤집혀 조립되어야 했기 때문에, 케이블 단자들도 위아래가 반전된 부품들로 다시 수급해야 했어요. 아주 작은 설계 하나까지 모두 변경해야 하는 큰 작업이 수반됐죠.

그 결과, 별도의 도구 없이도 누구나 쉽게 리더기를 끼우고 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개선도 있었어요. 내부 구조가 바뀌면서 케이블 위치가 더 잘 보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선을 연결하는 것도 더 쉬워졌죠.


새로워진 토스 프론트 2

  • 전면 NFC 배치로 좁은 매대에서도 결제 동선이 자연스러워졌어요.
  • C타입 도킹 카드 리더기로 현장 교체 난도를 낮췄어요.
  • 기능을 개선하면서도 디자인 완성도를 유지했고, 크기도 더 작게 만들었어요.

토스 프론트 2는 출시와 동시에 1세대 판매량을 넘어섰어요. 이전에 고객센터로 들어오던 불만들이 이제는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바뀌었죠.

완성도는 집착이 만든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시 확인한 건, 완성도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기술적으로 “되는” 답이 아니라, 사용자와 제품 경험 기준에서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질문을 끝까지 바꿔야 했어요.

비슷한 선택을 해야한다면,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좋겠어요.

“지금 답보다 더 나은 답은 없을까?”

그 질문이 제품의 기준을 바꾸는 시작점이 된다고 믿어요.

적용해보기 - 쉬운 선택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질문

비슷한 문제를 마주했다면, 아래 4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해보면 좋아요.

이 4가지 질문을 반복하면, 기술적으로 ‘되는’ 답을 넘어 사용자에게 ‘맞는’ 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 이번 아티클은 Toss Makers Conference 25 세션을 재구성했습니다.

Word 류관준

Edit 강석진, 유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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