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피플 #1: 테크 채용 브랜딩의 새로운 기준
오늘은 토스에서 Employer Branding Manager로 근무하고 있는 차지현님의 인터뷰를 공유드려요. 지현님은 토스 테크 직군의 채용 브랜딩을 위해 SLASH 개발자 컨퍼런스, 지금 읽고 있는 토스 테크 블로그와 같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개발자로써 “토스에 지원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해봤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현님이 기울이시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요.
SLASH와 같은 큼직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지현님은 수십 명의 개발자, 테크 헤드, 채용팀과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등 토스 내 여러 유관부서 팀원, 그리고 대행사 구성원과 협업하는데요. 지현님은 명확한 프로젝트 일정과 요구사항 정리는 물론, 어떤 일을 누구에게 언제까지 맡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능력을 갖고 계세요.
하지만 지금의 지현님이 있기 전에는 과거의 지현님이 있었는데요. 오늘은 토스에서 처음으로 Employer Branding Manager를 담당하신 지현님의 커리어 이야기를 나눠드려요.
지현님은 토스에 Employer Branding Manager로 입사하셨나요?
아니요. 처음에는 토스 CX 채용을 담당했어요. 이때가 제 커리어 맵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높게 평가한 시기인데요. 일단 제가 굉장히 많은 것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운 좋게도 딱 토스에서 CX 계열사가 분리되는 시점에 입사해서 채용부터 입사 예정자 온보딩까지 CX 채용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만들 수 있는 기회였어요.
토스씨엑스 채용을 약 10개월정도 경험하고, 토스의 다양한 엔지니어 직군을 채용하기 위해 테크 채용팀으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테크 채용팀에 합류하고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테크 채용 팀에 합류하고 나서, 직무별 밋업(meet-up)이나 직무 관련 콘텐츠 작성, 집중채용 같은 채용 이벤트를 많이 진행했는데요. 그 중에는 특정 팀을 더 잘 알리는 일이나, 지원을 망설이는 잠재 후보자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브랜딩 액션도 다수 있었어요.
토스 개발자 컨퍼런스 SLASH22의 PM도 맡게 되었는데요, 이런 브랜딩 프로젝트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조율하고, 여러가지 일을 멀티태스킹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디자이너, 개발자, 영상 PD, 콘텐츠 매니저, 홍보팀, 개인정보 보호팀, 리걸팀, 재무팀, HRBP, 보상팀 등 수많은 분들과 일하다 보니, 신뢰를 얻은 소수의 인원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타임라인을 잘 세워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고요.
그런데 저는 이 모든 일이 처음이었어요. 누군가가 길을 닦아 놓았던 상황도 아니라서, 이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제게는 너무 벅찼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의견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특정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이야기해서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지를 모두 몰랐거든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제 역량도 많이 의심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의 척척박사 지현님 모습이랑 너무 다르네요! 그래도 계속 브랜딩 일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런 큰 좌절을 겪고 나서 다시는 브랜딩 일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너무 크게 데인 거죠. 한 동안은 브랜딩의 ‘ㅂ’도 쳐다보기 싫었어요. 근데 팀에서 꾸준히 브랜딩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4~5개월 지나니까 기억이 미화되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어쨌든 채용 브랜딩은 팀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고,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행사 기획과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팀 리더분께서 감사하게도 새로운 직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그렇게 ‘채용브랜딩 담당자’ 라는 직무로 전환을 하게 되었죠.
이때 본격적으로 Employer Branding Manager이라는 직무를 맡게 됐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회사에 없던 직무를 만든거니까 처음에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직무를 혼자 정의하고 직무의 성과는 뭐고 성공은 어떻게 생겼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슨 일을 해도 “과연 이게 임팩트있는 일인가?”라는 의문도 들었고요. 그래도 꾸준히 시스템을 만들고 업무를 하다 보니 도와주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2024년을 기점으로 제 직무가 더 명확해진 느낌이에요. 미션을 “토스로의 지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엔지니어가 꼭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되게 만들기”로 잡았는데요. 미션 달성을 위해 테크 블로그 활성화, SLASH24 준비, LIVE JD 제작, 기술 토크쇼 콘텐츠 제작, 엔지니어링 공개채용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데이터를 더 기민하게 트래킹하면서, 많은 분들이 토스라는 회사를 ‘일해보고 싶은 곳’ 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엔지니어 100%가 토스에 지원하는 그 날까지 달릴 거예요.
업무의 기준을 만든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데 대단하세요. 지현님처럼 회사에 아예 새로운 직무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새로운 직무에 열려있는 토스에 오세요(웃음)! 장난이고요. 저도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야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었기에, ‘새로운 직무’ 에 포커스 하시기 보다는 ‘팀 내에서 꼭 필요한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교집합이 지금 정의된 직무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회사의 유연성을 믿고 과감히 요청해보세요.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 여러분의 역량 성장을 적극 지원할 거예요.
토스 오시기 전에도 브랜딩 같은 업무에 관심이 있었나요?
일단 대학교에서 저는 두 가지 관심사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됐어요.
첫 번째는 교육인데요. 이건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어요. 고등학교 시절, 내신 보기 전에 친구들이 모르는 거 물어보면 답변을 해주고 문제 풀이를 설명해준 기억이 있어요. 미니 세션이나 오답노트를 공유하기도 했고요. 9등급 친구랑 꾸준히 같이 공부했더니, 결국 그 친구 성적이 5등급까지 올라와서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죠. 저는 퇴사하면 학원 강사를 하고 싶어요. 대치동의 일타 강사를 꿈꾸고 있어요(웃음).
제 두 번째 관심사는 행사 기획이에요. 대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대회를 주최하는 활동을 했었어요. 논문 대회, 토론 대회 같은 거요. 이런 큰 행사를 기획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포인트가 굉장히 많고 멀티 태스킹이 필수인데, 그런 게 너무 재밌었어요. 여러 사람과 접점을 만들어서 일을 하고, 이 조각조각들이 하나로 어떻게 완성될지 상상하고 기획하는 게 재밌었어요.
제 두 관심사가 겹치는 곳이 브랜딩이라는 것을 다양한 커리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고요.
어떤 경험이 지금의 커리어를 꿈꾸는데 도움이 되셨나요?
저는 처음에 화장품 회사의 조직문화 및 복지 팀에 입사했어요. 감사하게도 첫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배려와 응원으로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환경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창립기념일 행사의 애프터 파티를 기획한 경험이에요. 회사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인만큼 모든 구성원이 모인 자리에서 그간 이뤄온 성과를 모두가 같이 축하하고 기억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창립 이후로 발행된 모든 광고 캠페인을 찾아서, 컬러를 입히고, 인쇄해서 전시했어요. 야외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도 만들고요.
그 외에도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과 행사 기획을 접목할 기회가 많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과를 정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정량적인 성과로 저의 역량을 측정해 보고 싶었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을 시작하셨군요! 커리어 맵에 “채용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왜 낮게 평가하셨나요?
다음으로는 외국계 IT 회사의 채용팀 인턴으로 들어갔어요. 근데 아쉽게도 채용이 필요한 직무가 시니어리티가 높은 편이라, 이벤트 형태의 채용보다는 아웃바운드 형태의 리드 발굴과 콜드콜이 주요 업무였어요. 이 때 저는 프로젝트 형태로 문제를 발굴하고, 액션 플랜을 세우는 기획형 업무가 잘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더 다이내믹한 채용을 하고 싶었거든요. 인턴이 끝날 때 쯤 제가 권한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서 ‘채용’이라는 직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채용해야 하는 직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후보자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점을 노출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방법을 배웠거든요.
오늘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오랜만에 커리어를 뒤돌아 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성적으로 해야 하는 일,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도 있잖아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제가 어떤 일에 관심있고 가치를 느끼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또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5년 전 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커리어를 딱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은데요,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보통 신뢰와 라포(rapport)가 쌓여야 인정을 받잖아요. 근데 커리어를 막 시작할 때는 아직 한 번도 성공 경험이 없는데, 동료들이 저를 인정해주기를 바랬어요. 제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에는 자책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꾸준히 작은 성공을 모으면 동료들의 신뢰도 얻고, 일도 더 편해진다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