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를 넘어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 MTVi
안녕하세요, 토스 Director (Data Analytics) 우찬희입니다.
저는 Data Intelligence and Analytics Team을 이끌면서 전략, UX, IR 등 전사 관점의 데이터 분석하고 더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토스코어에서 자체개발한, 그리고 의사결정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지표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이 서비스, 재무적 가치가 있나요?”
서비스를 분석하다보면 자주 듣게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서비스 MAU(Monthly Active User), Retention Rate, AMPU(Average Margin per User) 등 다양한 지표를 볼 순 있지만 이 서비스가 플랫폼 관점에서 얼마나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저에게 혜택을 주면서 유도하는 서비스는 더욱 힘들어요.
토스의 ‘만보기’ 서비스를 예로 들면,
만보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매출과 비용도 만보기 서비스의 가치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마이데이터, 송금 서비스 등 토스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제품이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데이터 분석가는 ‘언제’와 ‘얼마나’를 숫자로 증명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플랫폼 관점에서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재무적 가치를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 답으로 MTVi (Mid term Value - incremental)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LTV의 한계
UE(Unit Economics) 관점으로 재무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지표로는 LTV(LifeTime Value)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자하는 뷰에서 LTV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
1️⃣ 기간이 너무 길다
LTV는 보통 3년, 5년, 혹은 ‘평생’을 전제로 계산됩니다. 그러다 보니, 단기간의 서비스 개선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빠르게 판단하고 의사결정 해야하는 토스의 특성 상 한계가 있었어요.
2️⃣ 투자·회수 주기가 맞지 않는다
보통 마케팅을 할 때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LTV의 1/3 수준으로 설정합니다. LTV는 보통 5년을 보니까 이론적으로 약 1.7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토스의 사일로는 짧은 주기로 실험하고 개선하고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의사결정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3️⃣ ‘증분’을 구분하지 못한다
LTV는 유저 전체의 평균적인 가치를 계산합니다. 즉, 서비스가 실제로 가치를 ‘얼마나 더’ 높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비스 효과를 분리해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거죠.
이 세 가지 이유 때문에, LTV만으로는 서비스의 진짜 임팩트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더 빠르고, 더 구체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진 순수한 변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MTVi 입니다.
MTVi란 무엇인가
MTVi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유저가 특정 서비스를 새로 경험했을 때, 그로 인해 향후 1년간 만들어내는 순증 재무가치.”
여기서 핵심은 ‘증분(Incremental)’입니다.
단순히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이 아니라, 그 서비스 때문에 추가로 생긴 변화를 측정해요.
이건 단순히 수익이 늘었는지를 보는 지표가 아닙니다. 유저가 서비스를 통해 앱 안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다른 기능을 더 자주 쓰며, 결과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환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죠.
MTVi를 어떻게 구하는가
제일 정확한 방법은 A/B테스트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서는 A/B테스트를 할 수가 없었어요. 수십 개의 서비스 조합별로 각 서비스를 열고 닫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MTVi는 인과추론 방법론 중 하나인 DID(Difference-in-Difference) 추정법을 사용합니다. ‘서비스가 없었더라도 일어났을 변화’를 제거하고, 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순수한 변화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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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U 그룹은 ‘처음 써본 유저’, NEVER 그룹은 ‘아직 안 써본 유저’. 이 두 그룹은 하나의 차이만 있습니다 - ‘그 서비스를 경험했는가, 아닌가’
DID 추정법을 활용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서비스가 없었더라도 일어났을 변화(자연 성장)를 통제한 채 서비스의 순수한 효과만 볼 수 있습니다. 즉, MTVi는 A/B 테스트가 어려운 환경에서의 준실험(Quasi-experiment) 구조로 산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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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완전할까?
하지만 단순히 NAU 그룹과 NEVER 그룹을 비교하면 서비스의 효과 뿐만 아니라 유저의 특성 차이가 같이 측정됩니다. 예를 들어, NAU 그룹은 원래 앱을 자주 여는 유저일 수 있고 NEVER 그룹은 토스를 가볍게 쓰는 유저일 수도 있죠.
그래서 이것을 세그먼트 단위로 측정해서 이 점을 보완했습니다. 이것이 DID 추정법의 핵심이자 MTVi의 핵심이에요.
각 세그먼트 안에서 NAU 그룹과 NEVER 그룹을 비교합니다.

이 접근 덕분에 MTVi는 단순한 평균값이 아니라 동질한 집단 내에서의 순수한 변화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세그먼트를 나누지 않으면 활동적인 유저에게만 서비스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왜곡될 수 있어요. MTVi의 완성도는 바로 이 세그먼트 기반 분석에서 나오게 됩니다.
MTVi의 구성
위 방법대로 계산된 MTVi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처음에 들었던 예시를 다시 가져와보면, 만보기 서비스는 사용하는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주니까 (A)가 음수일 거예요. 그런데 만약 (B)가 (A)의 절댓값보다 더 크다면(즉, (A) + (B) > 0이라면) 만보기 서비스는 그 자체로는 재무적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플랫폼 관점에서 재무적 가치가 있다고 결론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이데이터, 송금 서비스도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토스에서는 이런식으로 플랫폼 관점에서 서비스의 가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MTVi가 바꾼 것들
1️⃣ 명확한 의사결정의 기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이야기합니다. “이 서비스는 유저당 1년간 평균 N 원의 가치를 만든다.” 모든 팀이 같은 단위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2️⃣ 투자 효율 판단의 기반
MTVi는 마케팅비, 운영비, 신규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CAC는 MTVi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 기준 덕분에 투입 대비 효율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3️⃣ 공통 언어의 탄생
MTVi는 여러 사일로와 팀이 함께 사용하는 지표입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팀들이 ’서비스의 가치’를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우선순위 선정 가능
투자, 마케팅 관점에서 모든게 다 급하고 중요합니다. MTVi라는 공통의 언어로 어떤 우선순위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세울 수 있었습니다.
MTVi의 다음 단계
MTVi는 여전히 진화중입니다.
이런 고도화가 진행된다면, MTVi는 단일 지표가 아니라 토스 전체의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가치 지도(Value Map)’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도 위에서 우리는 “어떤 서비스의 액션으로 유저들이 움직이고, 이 움직임이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데이터로 명확히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마무리하며
MTVi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그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플랫폼 관점에서 각 제품의 변화가 유저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에 있어요.
저희 팀은 이런 지표를 개발하고 분석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저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끄는 것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