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브랜딩

프로덕트 브랜딩,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김지윤 · 토스코어 Product Branding Team Leader
2023년 8월 10일

처음 프로덕트 브랜딩 팀이 만들어졌을 때, 뭐하는 팀인지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시간이 길었어요. 어떻게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는지, 어떤 방황이 있었는지 공유해보려고 해요.

Q. 토스 Product Brand Designer는 어떤 일을 하나요?

Brand Designer와 어떻게 다른가요?

제품 ‘안’의 브랜드 경험을 담당하고 있어요.

토스에는 브랜드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브랜드 디자이너가 있어요. (브랜드 디자이너 인터뷰) 이렇게 분리되기 전에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맡은 업무 범위가 정말 넓었는데요, 토스 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널 브랜딩, ‘토스’라는 회사를 다루는 기업 브랜딩, 그 외에도 콘텐츠 브랜딩, 채용 브랜딩 등 너무 다양했어요.

3년 전 브랜드 디자이너가 해온 일

업무 범위가 너무 넓다보니 토스 앱에 대한 브랜딩만 몰입해서 다루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작년 2월, 토스 앱 안에서의 브랜드 경험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프로덕트 브랜딩 팀이 생기게 됐어요.

프로덕트 브랜딩 팀은 토스 앱을 사용하는 분들이 토스를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드는 일을 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이 최고의 사용성을 만들고 있다면, 프로덕트 브랜드 디자이너는 제품에 긍정적인 인상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Product Brand Designer의 업무 범위는 어떻게 정하게 됐나요?

잘 정착되지 않은 직군이다보니 다른 직군처럼 ‘일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없잖아요. 어떤 일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도 새로 정해야 했을 것 같아요. 팀에서 무슨 업무를 할지 어떻게 정하셨어요?

브랜드 디자인 팀이 분리될 때 명확하게 업무 범위가 분리 됐어요. 프로덕트 브랜드 디자이너는 제품 안의 모든 것, 브랜드 디자이너는 제품 밖의 모든 것으로 업무 범위가 정해졌거든요. 하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고 레퍼런스가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디자이너가 직접 제품을 만들었어요

그래픽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UX 라이팅 등은 해당 직군 분들의 노력 끝에 잘 자리잡게 돼서, 팀원 분들이 업무 요청을 원활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아! 여기 그래픽 필요하니까 그래픽 디자인 팀에 가야겠다!”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죠.

그런데 저희 팀은 “프로덕트 브랜딩? 인상과 감정을 만든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이런 낯선 상태니까 요청 해주시는 분들도, 요청 받는 저도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저희가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브랜드 디자이너로써 UI 디자인을 해오긴 했지만, 진짜 제품을 만들어본 적은 없었거든요.

당시에 토스는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서 실험적인 이미지는 가지고 있었지만, 세심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그냥 푸시 알림으로 알려주는 정도였죠. 그래서 새로운 기능이 만들어지면 이걸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기능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의견 남기기 창구도 만들어서 ‘소통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고, 실제로 많은 사용자 분들이 질문한 것은 답변해드리고요.

2022년 4월 새소식 제품 모습

처음엔 정말 많이 헤맸어요. 푸시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몰랐고, 개인정보가 처리되는 서비스를 만들때 동의문을 만들어야한다는 것도, 구독 기능을 만들려면 구독 해지 기능을 만들어야한다는 것도 몰랐죠. 거의 2주 동안은 프로덕트 오너 분들을 만나서 말도 안되는 질문들을 해가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혼자 공부하던 기록

제품을 직접 만들고 운영해보니까, 제품을 만들 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 알게 됐어요. UX Writer, 데이터 분석가,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제품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제품 사이클을 알게 됐고 PO,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들이 어느 시점에 브랜딩이 필요하겠다,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기능에 브랜딩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품을 만들면서 브랜딩을 고려하고, 성장하는 시점에 따라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새소식은 “꼼꼼하게 업데이트 소식을 알려드리면 부지런하고 섬세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서비스인데요, 서비스를 운영한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의도 했던 반응들이 나오더라고요. 월 평균 1,000개 넘게 사용자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셔서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고 바로바로 서비스에 반영하기도 했어요.

새소식 사용자 의견

새소식 제품의 성장에는 페르소나도 한몫 했어요. 새소식을 소개하는 병아리로 출발했지만 많은 사용자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이름짓기 이벤트도 열고, 생일파티도 하고, 감사카드를 보냈어요. 프로덕트 브랜딩의 가장 큰 장점은, 정성적으로, 정량적으로 사용자의 반응을 직접 알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새소식 감사카드 / 생일파티 / 이름짓기 이벤트

새소식 서비스를 만들면서 생일 축하 기능을 개선해보았고, 같은 팀 유라님과 함께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어요. 특히 시즈널 이벤트 제품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있어요.

2022년 5월 개선했던 생일 축하 기능

이렇게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니 어떤 시점에 브랜딩이 필요한지, 제품을 만들 때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조금 더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었어요.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 보다는 제품 메이커로써의 관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팀이 집중해야하는 것은 비지니스나 사용성을 넘어서 “사용자가 느끼는 인상과 감정이다” 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요. 구체적인 예시가 생기니까 더 많은 사일로에서 협업 요청을 해주셨어요.

Q. 첫 3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생긴 직군으로서,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도 없고 함께 일할 팀원도 없어서 힘들었던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유라님과 함께 뭐가 제품 브랜딩일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레퍼런스를 토스 안, 토스 밖에서 무작정 찾아서 나열해보기도 했어요. 그냥 이 일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도했던 것이 책과 논문을 읽는 거였어요. 당연히 그 지식을 100% 실무에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책을 읽어서 더 수월하게 정의된 부분도 있어요.

이를테면 <라포>라는 책을 읽고 상반기 목표를 “사용자와 라포쌓기”로 잡은 적이 있어요. 라포(Rapport)는 마음을 기꺼이 열 수 있을 정도의 교감을 의미하는데요, 처음 보는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한 전략이 나와있는 책을 읽었어요. 인간관계에 대입하면 너무 당연한 말이잖아요, 오늘 토스라는 사람을 처음 봤는데 이 사람이 계좌 만들라고 하면 의심부터 하게되겠죠. 그래서 사용자와 먼저 가까워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공유한 자료를 나누고 같이 공부했던 노션

이후에 심리학에 관련된 책과 논문들을 읽고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희가 공부한 내용들이 팀원들이 가설을 설정할 때 스며들더라고요.

Q. 3개월 동안 했던 일 중에 제일 비효율적인 일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너무 요청이 없어서 여기저기 팀이 생겼다는 걸 소문냈어요. 그랬더니 다들 찾아와주시긴 했는데, 아직 프로덕트 브랜딩이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요청 업무는 대부분 관련된 업무가 아니어서 거절하게 됐어요. 새로운 분야의 일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정의된 다음에 알려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팀을 만들고 6개월이 지난 후에는 프로덕트 브랜딩 팀이 하는 일을 디자인 챕터에 자주 알리기 시작했어요. 발표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당시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다른 팀원들의 요청이나 협업을 기다리기보다 더 빨리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차피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아무도 뭐가 정답인지 모르거든요. 제품을 직접 만들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았어요. 제가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게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거든요. 더 용기 있게 도전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책으로 배운 것들도 충분히 실무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어요. 처음엔 “논문 읽고 온 걸로 실무에 적용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있었어요. 근데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미리 연구해놓은 것들이 많고,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게 귀납적이든 연역적이든, 책이든 실무이든 상관 없거든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유롭게 방향을 탐색했을 때 더 빨리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팀의 방향에 힌트가 되는 채널이 정말 다양해요. 책과 논문, 유저 인터뷰, 유저 피드백, 팀내 인터뷰 등 넓게 펼쳐 놓고 방향을 탐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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