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하나로 툴을 설명할 수 있다면
토스만의 디자인 툴, 데우스
토스에서는 ‘데우스(Deus)’라는 자체 디자인 툴을 쓰고 있어요. 토스의 일하는 방식에 맞춰 설계된 디자인 툴로,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가 기능적 제약 없이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이번 글에서는 전사에서 함께 사용하는 디자인 툴의 로고를 제작하면서 겪었던 고민과 과정을 공유하려고 해요.

데우스의 어원은 Deus Ex Machina. 그리스 연극에서 유래된 표현이에요. ‘기계 장치에서 내려오는 신’이라는 뜻으로, 예기치 않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초월적인 존재를 의미하죠. 데우스 역시 필요한 순간 정확한 기능을 제공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진 이름이에요.

하지만 기능의 중요도에 비해 뚜렷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는 부족한 상태였어요. 별도의 로고 없이 토스 로고나 이모지를 상황에 따라 혼용해 사용해왔거든요. 전사에서 툴의 역할이 확장될수록 독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어요. 외부에도 공개되는 툴이기에, 툴 자체의 정체성이 더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로고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 시도, 이름에서 출발한 직관적 디자인
처음에는 ‘데우스’라는 이름이 다소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해, 이름을 직관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심볼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서 ‘D’를 모티프로 한 시안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전사 툴인 만큼, 데우스 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토스 팀원들에게 의견을 받았는데요. 브랜드 톤앤매너부터 조형적 디테일까지, 정말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졌어요.

“툴의 첫인상으로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앱 스타일이라 아쉬워요” “조형이 불안정해요” “두께가 줄어들면 어떨까요?”
시안을 자신 있게 공유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디테일한 의견들이 나왔죠. 어디서부터 수용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더라고요. 그리고 피드백을 들으면 들을수록 저조차도 어떤 방향이 맞는지 점점 확신이 흐려졌어요. 제가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팀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조차 막막했죠.
두 번째 시도, 브랜드의 본질부터 정의하기
그래서 단순히 '로고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데우스가 어떤 툴인지, 어떤 브랜드여야 하는지 스스로 먼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먼저 데우스의 명확한 정체성을 정의해야, 그걸 기준으로 팀원들을 설득하고 피드백을 조율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토스에서는 새로운 툴로 옮겨갈 때 종종 ‘이주한다’는 표현을 써요. 이 표현에서 힌트를 얻어, 데우스를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경험처럼 그려보고 싶었어요. 툴을 바꾼다는 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넘어가는 전환의 경험이니까요.
이런 스토리를 바탕으로, 데우스로의 전환을 미지의 행성으로 이주하는 장면에 빗대어 별빛, 우주적 심상 등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시안들을 실험해봤죠.

이렇게 스토리를 먼저 정리하고 나니, 팀원들도 시안의 의도를 훨씬 쉽게 이해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었어요. 저 역시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디자인 방향을 잡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고요.
세 번째 시도, 이름이 가진 본질에 다시 집중하기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남아있었어요.
“이 스토리가 데우스를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나?”
조형적으로 흥미로운 시안들도 있었지만, 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로고만 보고 데우스의 정체성과 역할을 짐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어요.
이 고민 끝에 툴의 이름이자 정체성인 ‘Deus’라는 단어 자체의 스토리에 다시 집중해보기로 했어요.
데우스의 어원과 이름이 가진 의미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라는 메타포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먼저 빛의 속성과 브랜드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무드보드를 구성하고, 빛줄기의 교차와 투시를 활용한 다양한 조형을 빠르게 실험했어요.

그 결과 빛이 내려오는 듯한 직선 조형을 활용한 시안이 팀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어요.
위에서 아래로 투시되는 구조 속에, ‘Deus Ex Machina’처럼 필요한 순간 정확한 기능을 제공하는 도구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최종 시안 완성하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라는 큰 틀은 정했지만, 디테일한 조정 과정이 필요했어요. 심볼만 단독으로 봐서는 데우스의 정체성과 어울리는지 판단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워드마크와 함께 배치했을 때의 밸런스, 작은 크기로 줄였을 때의 시인성, 앱 아이콘이나 파비콘, 로딩 애니메이션 등 실사용 상황에서의 적용성을 기준으로 가장 적합한 룩을 찾아갔어요.

최종 후보는 4개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1번을 최종안으로 선택했어요.
- 워드마크와의 조화가 가장 안정적이었어요.
조형이 너무 강조되지도, 워드마크에 묻히지도 않는 균형을 만들 수 있었어요.
- 확장성과 활용성이 가장 뛰어났어요.
파비콘, 앱 아이콘, 로딩 모션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에서도 선명하게 유지됐고, 형태가 깨지거나 왜곡되지 않았어요.
- 조형적 간결함 속에서도 컨셉이 유지됐어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라는 메타포가 직관적으로 전달됐어요.


둥근 형태나 너무 얇은 조형들은 작은 크기에서는 시인성이 급격히 떨어졌고, 실제 제품 화면 위에 얹었을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로고에 담긴 메시지를 더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서, 로고의 핵심 구조를 활용한 브랜드 컨셉 영상도 함께 제작했어요.
영상에는 격자 위를 따라 교차하는 직선의 움직임과 다양한 적용 사례들이 담겨 있어요. 데우스가 지닌 정체성과 브랜드 톤앤매너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했어요.
다양한 직군의 토스 팀원들이 함께 애정을 갖고 만들어온 툴이라, 로고를 처음 공개하는 순간은 유독 긴장감이 컸어요.
다행히 공유 직후, 팀원들이 "가슴 뛰는 로고다"라는 반응을 보내줬고, 그동안 여러 번 방향을 고민하고 조율했던 시간이 보람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어요.
새로 만들어진 데우스 로고는 Simplicity Season 4를 통해 외부에도 처음 공개됐죠.
덕분에 데우스를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도, 토스만의 디자인 툴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었어요.
Simplicity Season 4 ‘토스가 디자인 툴을 만든 이유’
적용해보기
로고를 만드는 작업은 절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더라고요. 특히 데우스는 다양한 직군이 함께 쓰는 전사 툴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이해관계도 다양했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과 포인트도 조금씩 달랐어요.
이 과정에서 얻은 배움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스스로 먼저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정의하기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툴이 어떤 브랜드인지 스스로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정체성을 먼저 세워둬야 수많은 피드백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조율해나갈 수 있었어요.
2️⃣ 다양한 실사용 환경까지 고려하기
하나의 로고가 다양한 크기와 채널에서 어떻게 사용될지까지 시뮬레이션하며 설계했어요. 직관적인 조형, 작은 크기에서도 읽히는 시인성, 워드마크와의 조화, 파비콘·로딩 등 실제 상황까지 고려했어요.
데우스 로고 작업을 통해, 브랜드는 단단한 서사와 섬세한 디테일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어요. 이 과정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사용하는 툴의 로고를 만들 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