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0시간을 아낀 AI 상담 서비스
안녕하세요. 토스뱅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디자인하고 있는 Product Designer 김혜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세대출 팀에서 AI 상담 서비스를 디자인했던 과정을 얘기해 보려고 해요.
정보는 충분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전세대출 팀에서 하는 고민은 대체로 이런 거예요. 플로우를 어떻게 더 쉽게 설계할까, 어떻게 전환율을 높일까.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어요. 사용자가 화면을 다 이해하고도 여전히 불안해서 고객센터를 찾는 것이죠.
상담팀에서 사용자들이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해 심사가 자꾸 막힌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상담팀에 들어오는 문의 데이터를 직접 찾아봤어요. 데이터를 열어보니 서류 제출 방법뿐만 아니라 단순한 정보를 묻는 문의량이 유독 높았어요. 이런 문의가 상담 인력을 계속 붙잡다 보니, 정작 심사가 늦어지는 일까지 생기고 있었고요.
사실 이런 정보는 화면에 이미 쉽게 설명되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용자는 화면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고객센터를 찾았던 거예요. 그 정보가 내 상황에도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상담으로 들어오는 단순 문의를 제품 안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설명은 멈추고 질문받기
화면에 있는 정보를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어요.
사용자는 답을 못 찾는 게 아니었어요. 화면에서 정보를 찾고, 내게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그 답이 정말 내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까지 모두 사용자의 몫이었어요.
전세대출에서는 이런 과정이 특히 부담스러워요. 집을 구하는 데 필요한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에요. 조금이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아마 맞겠지’ 하고 넘어가기 어렵죠. 결국 사람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어요. 화면이 먼저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기 말로 묻고 제품이 답하는 방식으로요.
상담원에게 묻는 것처럼, 사용자가 어떤 말로 질문하더라도 그 뜻을 이해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답을 해주는 게 목표였어요.
사용자들은 궁금한 건 비슷해도 제각각 말해요. 누군가는 “태아도 자녀로 쳐요?”라고 하고, 누군가는 “임신 중인데 부양가족에 들어가나요?”라고 물어요. 여기에 보증금 규모나 계약 형태, 신청 시점 같은 조건까지 달라지면 답도 달라지고요.
결국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답을 만들어내려면 AI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머신러닝 팀과 대출 운영팀에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세 팀이 모여 AI 상담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디자이너인 저는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화면에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어요. 대출 운영팀은 실제 상담에서 어떤 답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머신러닝 팀은 그 답을 AI가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사용자가 묻고 싶게 만들기
그렇게 AI를 출시하고, 상품 인트로 화면에 진입점을 놓았어요. "대출 신청하기 전, 궁금한 점 AI에게 물어보기"라는 배너였고, 누르면 빈 입력창이 열리는 구조였죠.

그런데 거의 아무도 누르지 않았어요. 상담 전화가 줄어드는 경향은 보였지만, 쓰는 사람 자체가 너무 적어서 효과를 확인할 수조차 없었어요.
저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서라고 봤어요. 빈 입력창만 덩그러니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할지는 사용자가 직접 정해야 하니까요. 이 AI가 어디까지 답해줄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을 거고요.
그래서 상담 문의 데이터를 다시 살펴봤어요. 사용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단계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을 진입점에 보여줬어요.

상품 인트로에서는 금리와 한도가 얼마인지, 법인 임대인도 대출이 되는지를 보여줬어요. 심사 대기 중에는 심사가 언제 끝나는지,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를 보여줬고요.
그 결과 인트로 화면의 AI 사용률은 약 5배, 심사 대기 화면은 약 2배 올랐어요.
이 결과를 보면서, 사용자가 자기 말로 질문하게 하려면 먼저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물어본 질문을 보는 순간 “아, 이런 것도 물어봐도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거죠. 그러고 나니 사용자들도 자기 상황을 덧붙여 자유롭게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미리 준비해 둔 문답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어요. 사람마다 표현도, 상황도 달랐으니까요. 이렇게 예상하기 어려운 질문까지 받아낼 수 있다는 게 AI 상담의 장점이었어요.
정보보다 중요한 것
AI에 질문하고 적합한 답변을 받은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담 전화로 이어지는 비율이 약 10%p 낮았어요. 상담 전화는 월 550건 줄었고, 통화 시간으로 환산하면 연 300시간이에요. 다른 대출 상품까지 적용하면 절감 규모가 지금의 열 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답을 보여주는 것과 확신을 주는 건 다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전세대출 화면에는 필요한 정보가 이미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용자는 전화를 걸었죠. 자기 상황에도 이 정보가 적용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화면을 설계할 때는 ‘무엇을 알려줘야 하지?’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이 정보를 보고 있는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무엇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지까지 봐야 했어요. 그래야 어떤 정보와 기능이 정말 필요한지도 보이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