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처와 리서치 오퍼레이터가 함께 만든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
오늘은 리서치 플랫폼팀과 리서치팀이 협업해 만든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는, UX 리서처의 도움 없이도 팀원 혼자서 필요한 리서치를 찾아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프로젝트예요. 리서처 수빈님과 리서치 오퍼레이터 매니저 소희님을 만나서 두 팀이 어떻게 목표를 맞추고 협업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시작
UX Researcher 수빈
토스에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팀원들의 리서치 수요도 함께 늘어났는데, 리서처 수는 한정적이었어요. 그래서 리서치팀에게는 리서처의 도움 없이 팀원 스스로 필요한 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였어요. 그래서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리서처와의 미팅 없이도, 내게 맞는 리서치가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초기에는 리서치팀 안에서만 이 문제를 풀려고 했어요. 첫 시도로 구글폼을 활용해 리서치 신청 프로세스를 정형화해보려 했죠. 팀원이 조사 목적과 배경을 폼에 입력하면, 별도 미팅 없이 리서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려 했어요.

구글폼, 미팅을 줄일 수 있었을까?
UX Researcher 수빈
1년 동안 구글폼을 활용해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미팅이 줄지 않더라고요. 제품팀이 어떤 리서치를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었지만, 리서치가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구글폼에 나와있는 "퍼널 이탈 이유를 알고 싶어요"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적합한 리서치 방법을 결정하기 어려웠어요. 퍼널의 맥락, 유용성 검증 여부 등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했던거죠. 결국 리서처가 추가 미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고, 미팅 수는 줄지 않았어요.
게다가 팀원 입장에서도 구글폼 작성이 번거로웠어요. 리서치 배경, 리쿠르팅 정보 등 입력 항목이 많다 보니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이때부터 리서치 플랫폼팀과 협업하게 됐죠.

리서치플랫폼팀이 합류한 이유
UX Research Operations Manager 소희
리서치플랫폼팀은 일반 팀원들이 더 쉽게 유저 리서치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팀이에요.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목표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 보다는, 리서처 리소스 절감이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협업하지는 않았었죠.
하지만 점점 팀원들이 리서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리서처가 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팀원 리서치 활성화와 리서처 리소스 효율화는 결국 같은 문제의 양면이었던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목표가 정렬됐고, 리서치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리서치플랫폼팀이 가장 먼저 한 일
UX Research Operations Manager 소희
먼저 문제를 다시 정의했어요. 구글폼 작성 이후에도 미팅을 요청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니, 같은 요청이라도 리서처마다 대응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리서처마다 생각하는 리서처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안내 방식뿐 아니라 미팅에서 파악하는 정보에도 차이가 있었어요.
리서치 자율주행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팀원들이 자주 하는 리서치 요청에 대해 리서처들의 공통적인 기준을 세우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두 모여 워크샵을 하는 걸 제안했죠.
UX Researcher 수빈
워크숍에서는 리서처들이 함께 모여, 같은 요청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질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논의했어요. 리서치 미팅에서 필요한 정보와 리서처가 기대하는 답변 수준을 정리할 수 있었죠.

리서치 미팅을 바꾼 결정적 깨달음
UX Research Operations Manager 소희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리서처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원하는 수준의 답변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미팅에서 중요한 건 리서처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아니라, 요청한 사람이 얼마나 충분한 답변을 하느냐라는 걸요. 처음에는 질문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질문은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었던 거죠.
UX Researcher 수빈
저는 몰입해서 계속 질문하고 있었는데, 소희님이 제 3자 입장에서 보니까 그 문제가 보였던 것 같아요.
질문이 아니라 ‘답변’에 집중하다
UX Research Operations Manager 소희
워크샵 이후 방향성을 바꿨어요. 그동안은 자율주행 로직을 짤 때, 리서처의 관점에서 팀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모범 답변의 기준을 정하기로 한거죠. 그래서 리서처한테 이렇게 요청했어요.
“내가 단 하나의 추가 질문도 하지 않을 만한 팀원의 답변을 적어주세요.”
UX Researcher 수빈
툴도 바꾸기로 했어요. 구글폼은 고정된 질문만 던질 수 있어서 팀원 답변에 따라 유연하게 추가 질문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GPT를 활용해보기로 했죠. 팀원이 정해진 항목을 선택하는 대신, 팀원의 답변을 읽고 맥락에 따라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UX Research Operations Manager 소희
리서치플랫폼팀은 이미 사용자처럼 응답하는 AI 챗봇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준만 있다면, 리서처처럼 질문하는 리서처봇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GPT를 도입한 결과
UX Researcher 수빈
구글폼만 썼을 때보다 훨씬 나았어요. 구글폼만 쓸 때에는, 제품팀이 이전에 실험을 했었는지, 그럼 어떤 내용으로 실험을 했는지 등 자세한 맥락을 알 수 없었는데요. GPT로는 팀원들이 실험 여부, 결과까지 상세히 답변해줬고, 리서처가 별도 추가 미팅 없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리서치팀은 이걸 초석으로 삼아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됐죠.

리플팀과 리서치팀이 함께 배운 것
소희 : “바다를 한 번에 끓일 수 없다.” 늘 효율적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제게, 친한 팀원이 해 준 피드백인데요. 수빈님과 함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 한번 이 말을 되새기게 됐어요. 프로젝트 합류 초반 저는 리서치 배경 파악과 방향성 안내를 한 번에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늘 실패했죠. 우선 배경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기로 방향성을 다시 설정했고, 그중에서도 모든 리서치 문의를 커버하기 보다는 자주 들어오는 2-3케이스만 먼저 해결하기로 좁혔어요. 이렇게 문제를 좁히니 근본적인 문제와 방향이 보였던 거죠. 너무 큰 문제라서 답이 잘 안보일 때는, 핵심적인 사례 몇 가지만 자세하게 살펴보기를 추천드려요.
수빈 : 명확한 문제 정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깊이 느꼈어요. 그동안 리서치팀이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구글폼’, ‘팀원’에 집중하여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미팅 리소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소희님이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 이해관계자(리서처/팀원), 프로세스 등 전반을 파악해주셨고, 덕분에 제대로된 문제를 함께 정의할 수 있었어요.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니, 이후 무엇을 해야할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계속 시도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했다면, 잠시 멈춰서 뒤로 물러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주변 제 3자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직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보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상황이나 이해관계자, 문제가 드러날지도 몰라요. 이런 것들을 재정의해 나아가다 보면 진짜 문제에 도달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거죠.
이렇게 두 팀은 토스 팀원 모두가 사용자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업을 통해 더 나은 프로세스를 함께 찾아가는 일 역시 큰 의미가있죠. 이 여정이 여러분께도 협업 방식이나 리서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작은 인사이트와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